어, 롯데 매출 두번째가 ‘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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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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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내 유화사업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0년 전 롯데그룹 내에서 6.7%에 불과하던 유화 부문 매출은 올해 말 21.9%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2%로, 롯데그룹 전체 성장률인 17%의 2배에 가깝다.

○ 제과 제치고 유통과 함께 ‘투 톱’


롯데그룹의 사업은 식품, 유통, 관광·서비스, 화학, 건설·제조, 금융 등 6개 부문으로 나뉜다. 롯데가 유화에 뛰어든 시기는 유통을 시작한 시기와 같다. 롯데는 민영화되는 호남석유화학을 1979년 인수했다. 롯데쇼핑도 같은 해 설립됐다. 그러나 유화는 잘나가는 백화점, 마트에 밀려 25년 가까이 구석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과와 유통이 롯데그룹을 이끌던 구도가 뒤집어진 것은 2003년 말 호남석유화학이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롯데는 KP케미칼(2004년 11월), 말레이시아 ‘타이탄’(2010년 7월) 등 유화 부문의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여수공장 증설 등 시설 투자를 병행하며 유화 부문의 덩치를 키웠다.

올해 유화 부문 대표인 호남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유통 부문 대표인 롯데쇼핑과 맞먹는다. 증권업계는 올 한 해 호남석유화학과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1조7000억 원으로 내다봤다.

3분기(7∼9월)까지의 매출액은 K-IFRS 연결기준(자회사 매출 포함) 롯데쇼핑이 16조 원, 호남석유화학이 12조 원이다. 매출액은 유통이 많지만 짭짤한 장사는 유화에서 했다는 얘기다.

양 사의 시가총액은 이미 호남석유화학이 롯데쇼핑을 넘어섰다. 16일 종가 기준 롯데그룹의 상장사 9개 중 호남석유화학의 시가총액은 9조6220억 원으로 가장 높다.

○ 신동빈 회장 초기 경영수업도 유화에서 받아


유통과는 전혀 다른 산업인 유화가 롯데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한 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남다른 관심이 뒷받침됐다.

신 회장은 초기 경영수업도 유통 부문이 아닌 유화 부문에서 받았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를 마치고 1981년 노무라증권에서 일을 시작했다.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하면서 롯데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유통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호남석유화학에서 1990년부터 5년간 상무이사 및 부사장으로 일한 후이다.

당시 호남석유화학은 연간 매출액이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계열사였다. 반면 롯데쇼핑은 롯데에서 가장 잘나가던 회사다.

그럼에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은 유화 부문을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으로 봤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측은 “노무라증권에서 세계 경제 트렌드를 보며 일한 신 회장이 유화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5월 호남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가 된 후 주요 M&A를 잇달아 실행했다. 석유화학 분야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어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했고 고기능성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 자동차 경량화 소재 개발 박차


롯데그룹의 유화사업은 현재 호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국내 KP케미칼, 중국 호석화학무역유한공사, 말레이시아 타이탄 등 해외 계열사로 구성된다. 호남석유화학은 충남 대산공장, 전남 여수공장과 대전 대덕연구소를 갖고 있다. 유화 부문 총 매출액은 연간 16조 원을 넘는다.

호남석유화학의 전남 여수공장. 합성섬유용 에틸렌글리콜(EG)과 폴리에틸렌(PE), 폴리 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호남석유화학의 전남 여수공장. 합성섬유용 에틸렌글리콜(EG)과 폴리에틸렌(PE), 폴리 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유화 부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비롯해 자동차와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소재를 만든다. 합성섬유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EG)과 타이어 원료로 사용되는 부타디엔(BD)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유화 부문에 대한 롯데그룹의 기대는 유통에 못지않다.

신 회장은 2009년 3월 ‘롯데그룹 2018 비전’을 발표하며 2018년 그룹 매출 200조 원을 목표로 △유통·금융 90조 원 △유화·제조 45조 원(유화 38∼40조 원) △식품 20조 원 △건설·관광 20조 원 △기타 25조 원을 달성하자고 밝혔다. 유통과 유화 부문 매출 증대 목표치는 2009년의 4배로 제시돼 있다.

유화 부문의 과제는 기존 제품의 원가경쟁력 제고 외에 자동차용 경량화 소재 개발과 신흥시장으로의 사업 확장 등이다.

호남석유화학은 2009년 5월 자동차의 금속부품을 대체할 기능성 소재 전문 생산 회사를 인수한 후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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