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사나이’ 박태준 1927~2011]자신감보다 책임감… ‘남탓’은 절대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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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 분석한 朴의 리더십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완벽주의자.’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흔히 완벽주의자라고 하면 타인을 잘 믿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경영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쏟아낸 ‘말’을 분석해보면 고인은 세계 어떤 지도자들보다도 부하 직원과 타인에게 강한 신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최동주 교수가 고인이 2008년까지 포스코 임원 회의록, 언론 기사, 강연에서 언급한 117만7919개 단어 가운데 12만4176개를 데이터화해 분석한 결과다. 최 교수는 고인의 발언을 미국 마거릿 허먼 박사가 설계한 7가지 ‘리더십 특성’을 활용해 연구했다.

그 결과 고인은 ‘과업지향성 또는 관계지향성’ 영역에서 200여 명의 세계 지도자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타인에 대한 불신’ 항목에선 제로에 가까운 ‘0.05’를 받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 200여 명의 평균인 ‘0.4’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최 교수는 “고인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믿었고,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며 “이 같은 인간존중 가치가 포스코의 원만한 노사관계, 복지제도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또 다른 지도자들과 비교할 때 ‘자신감 표출’과 ‘권력 행사에 대한 욕구’ 특성을 나타내는 발언이 적었다. ‘자신감 표출’ 항목은 세계 지도자들의 평균치(0.62)에 못 미치는 ‘0.49’에 그쳤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정치인들이 주로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만 고인은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분석했다. ‘실패하면 차라리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이른바 ‘우향우 정신’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인이 쓴 단어 가운데 한 문장에서 가장 많이 함께 등장하는 조합은 무얼까. ‘세계-제철’(197번), ‘우리나라-경제’(180번), ‘우리나라-발전’(156번) 순이었다. 이는 고인이 경영인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의 시각으로 제철산업을 바라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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