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경제정책]민간보다 항상 높게 전망하던 정부, 성장률 고백 왜?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글로벌 경기침체 현실 반영 KDI보다 0.1%P 낮춰… 정권말 정책신뢰 최우선

2008년 12월, 정부는 2009년 한국 경제가 3% 내외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등 다른 경제예측기관의 전망치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실물지표가 악화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사령탑인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믿고 있는 일종의 목표”라며 고집을 놓지 않았다. 정부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급기야 강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윤증현 전 장관은 이듬해 2월 취임하자마자 성장률 전망을 ‘―2%’로 무려 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3.7%로 조정한 것은 경제 둔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솔직하고 냉정한 전망을 통해 경제정책의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경제 전망은 객관적 예측이 아니라 목표’라는 기조 아래 한은이나 민간 경제연구소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일정 수준 이상 높여 잡아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은 전망치와는 일치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보다는 오히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정권 후반기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관리형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내외 경제여건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대미 수출이 소폭 증가할 개연성이 높지만 세계 경제 둔화를 만회하기엔 한계가 있다.

현실을 반영한 전망은 환영할 만하지만, 정부가 ‘성장 의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무리한 경기부양책은 안 되지만 위기 때 마땅히 써야 할 재정확대책을 ‘균형재정 달성’ 공약 때문에 멀리 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