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팔던 나라서 車-IT 강국으로… 6大 주력품목외 ‘新종목’ 발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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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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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 1조달러’ 의미와 과제

무역 1조 달러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6·25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세계 교역무대에 ‘늦깎이’로 데뷔한 우리나라는 1967년까지도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규모가 1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44년 만에 무역규모를 1000배로 늘리며 중국을 제외한 신흥 개발도상국 가운데 최초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 주요 교역대국과 어깨를 견주는 주연으로 자리 매김했다. 하지만 부품·소재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수출 경쟁력 약세와 소수 주력품목에 편중되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점들도 많다.

○ 수출 주도경제로 일군 무역강국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을 엔진 삼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쉬지 않고 달렸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960년대에는 매년 평균 22%, 1970년대에는 30%씩 성장하며 1988년 1000억 달러, 2005년 5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고속성장을 해왔다.

무역규모가 커진 데에는 수출품목의 세대교체가 주효했다. 1970년대에는 섬유류가 전체 수출액의 40%가량을 차지하고 합판, 가발 등의 노동집약적 상품이 수출품의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조선,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세계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속속 등장했고 반도체(세계 3위)와 자동차(세계 5위)의 ‘쌍두마차’가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성장속도 면에서도 우리나라 무역은 세계 각국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앞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8개 국가는 1000억 달러 돌파 이후 1조 달러 달성까지 평균 26.4년,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까지 평균 8.4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각각 23년과 6년 만에 이뤄냈다.

○ 무역 1조 달러는 새로운 ‘출발점’

전문가들은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우리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한국형 무역 모델’을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보고서에서 “우리 수출은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 △휴대전화의 6대 주력품목 비중이 높은 ‘소수 주력품목 구조’여서 이를 보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무역이 최근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이들 품목이 각각 경기순환에 따른 보완작용을 한 덕분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출증가를 주도하던 조선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하자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그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국내외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이들 수출 주력품목이 동시에 하락세로 접어들어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위 10대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2010년 기준으로 51.1%에 달한다. 반면 우리보다 앞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들은 이 비중이 모두 35% 이하이며 이탈리아는 19.9%에 불과하다. 제현정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이처럼 소수품목에 집중된 구조를 개선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성과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중국과 비슷하다는 점도 잠재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은 의류, 완구, 신발류 등 경공업 제품 중심이던 수출구조를 2000년대 들어 컴퓨터, 가전, 선박 등 우리나라 기업의 ‘텃밭’이었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중국이 낮은 임금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거세게 도전해올 때에 대비해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출상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무역규모 2조 달러 달성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하루빨리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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