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장들, 책에서 내년 경영화두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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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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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경영화두를 준비 중인 시중은행장들이 요즘 책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계속되고 내년 세계경제가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장기적인 성과를 좌우하는 경영 화두를 선인이나 석학들이 남긴 책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의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를 애독하고 있다. 이 책은 무조건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사회 협력업체 투자자 고객 직원을 뜻하는 5대 이해관계자, 즉 ‘SPICE(Society, Partner, Investor, Customer, Employee)’ 모두를 위하는 기업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 행장은 “비정규직에게도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SPICE 기업들을 보면서 고객 이익과 기업 이윤이 상충되는 개념이라고 여겼던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따뜻한 금융’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을 주는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저절로 뒤따른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정민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의 애독자로 이 책에 나오는 ‘축기견초(築基堅礎)’를 내년 경영신조로 삼겠다고 밝혔다. 축기견초는 황해도 곡산부사로 재직하던 다산 정약용이 정당(政堂·고을의 정사를 살피는 집)을 지을 때 한 말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기둥을 세우기 전에 집터부터 굳건히 다져 천년 세월에도 기울지 않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 행장은 “어떤 대외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은행이 되도록 내년 한 해 집터를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의 ‘고전에서 배우는 경영 인사이트40’을 보고 있다. 이 책은 손자병법의 군형(軍形), 즉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며 상대편을 제압하는 것보다는 아군의 빈틈을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 행장은 “다른 은행이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기보다 우리 은행 내부 개혁과 혁신에만 신경 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배웠다”고 평가했다.

이순우 우리행장은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의 ‘삼분 古典’에 나오는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중국 청나라의 유명 서예가였던 정판교가 말한 난득호도는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보이기란 어렵지만 총명함을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행장은 “진정한 리더나 일등 기업은 함부로 자신의 강점을 자랑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행장은 일본 교세라의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쓴 ‘왜 일하는가’를 읽고 있다. 김 행장은 “올해보다 내년 영업환경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일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자신의 적성을 알기도 어렵고 적성에 꼭 맞는 일을 찾기란 더 어려운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 현재 하는 일을 즐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가 쓴 ‘컬처 코드’ 중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고 소개했다. 하 행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소비자가 굳이 말하지 않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을 내놓아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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