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담합’ 韓-대만 10개사에 1940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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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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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01년부터 5년간 가격-생산량 담합”
사상 최고액… 삼성전자-LG는 자진신고로 감면

《컴퓨터 모니터와 TV에 사용되는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가격담합을 벌인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와 대만 업체 등 10개 전자회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194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공정위의 ‘LCD 담합’ 관련 국제카르텔 제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은 세 번째로, 공정위는 지금까지 적발한 국제카르텔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을 매겼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번에도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과징금을 대폭 감면받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의 10개 LCD 판매사업자들은 LCD 가격이 급락하자 2001년 9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가격과 생산량 담합을 벌였다. 이들은 매달 1차례 이상, 총 70여 차례에 걸쳐 비밀 모임인 ‘크리스털 미팅’을 통해 담합을 주도했다. 세계 LCD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들은 이 모임에서 가격 견적 등 영업기밀을 공유하고 세계 LCD 제품의 규격별 가격 인상 폭과 시기, 최저판매가격, 공급량 조절 계획을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특히 이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의가 끝난 뒤 시간차를 두고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담합 증거가 될 수 있는 서면자료들을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전자 961억1000만 원, LG디스플레이 651억5000만 원 순으로 많았다. 두 회사의 대만과 일본 법인도 모두 담합에 가담했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며, 대만 회사로는 AU옵트로닉스(285억3000만 원), 치메이 이노룩스(15억5000만 원) 등 4개 회사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번 국제카르텔은 2006년 미국 법무부가 처음 조사를 시작해 2008년 미국에서 약 6억 달러(약 6600억 원), 지난해 EU에서 8억6000만 달러(약 9500억 원)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으며 현재 캐나다와 브라질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제카르텔은 담합을 벌인 회사가 각 국가에서 올린 부당이득에 대해 해당 국가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한 가지 담합사건으로 여러 국가에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번 LCD 담합에 부과된 과징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등 21개 항공사에 부과된 항공운임 담합 과징금 1243억 원을 넘어서 국내에서 부과된 국제카르텔 관련 과징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장 먼저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을 예정이며 2순위 신고자인 LG디스플레이는 50% 감액된 326억 원가량만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과 EU의 조사에서도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신고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이번 과징금 부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대한 제재는 위반행위로부터 5년 내에 이뤄져야 한다”며 “2006년 7월 담합사실을 신고했기 때문에 제재시한 만료는 올 7월까지로 이번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자진신고 후에도 2006년 12월까지 담합을 지속했다”며 “제재시한은 올 연말까지로 이번 과징금 처분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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