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멀미’에 수출코리아 진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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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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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원까지 오르다 한달도 안돼 100원 뚝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석유화학업체 A사는 최근 3개월 사이에 내년 환율 전망치를 2번이나 바꿨다. 9월 초 달러당 1050원으로 잡았다가 유럽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9월 말 1100원으로 올렸으나 환율이 다시 하락기조로 돌아서면서 재차 수정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원유를 들여와 가공하는 이 업체의 재무관계자는 “환율이 1원 움직일 때마다 순이익이 12억 원씩 왔다 갔다 한다”며 “환율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럭비공처럼 움직이면서 내년 사업계획서 짜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이달 초 1194원까지 급등하면서(원화 가치는 하락) 1200원 돌파를 눈앞에 두던 환율이 이후 방향을 바꿔 28일에는 1104.9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환율은 장 초반 1094원까지 떨어지며 한때 1100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으로 유로존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미국 경제지표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며 “결제 수요로 하락 속도는 다소 느려지겠지만 장기적으로 1100원대 이탈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8월까지만 해도 1000원대 붕괴마저 우려됐던 환율이 불과 3개월 사이에 폭등-폭락을 거듭하면서 업체들은 ‘환율 경영’에 그야말로 녹초가 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폭발 직전까지 가던 9월 말, 하루에 15∼30원씩 오르던 환율이 10월 중순 이후로는 하루 10원 넘게 떨어지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도움이 되고, 떨어지면 수입 여건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는 이런 분석도 소용이 없다.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일 때마다 기획재정부가 “급격한 쏠림현상은 시장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환율 움직임을 막기 위해 정부가 규제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 건전성 부담금 도입,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도입하고 중국 일본과 동시다발적 통화스와프를 맺었지만 최후의 보루 역할일 뿐 평시에 출렁이는 환율 움직임을 완화하는 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향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유럽 미국 등의 변수에 따라 언제라도 급변동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 노하우를 협력업체와 공유하고 금융권 및 대형 거래처의 재무 안전성 파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제조원가의 변동 위험성을 사업 계획의 상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신흥국이면서 자본시장 개방수준이 높기 때문에 위기 때 환율이 크게 움직인다”며 “국내 수입기업이 선물환 거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경제주체가 외환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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