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 신도시 나와라 뚝딱” 더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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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30만m² 이상 개발 중단… 기존 추진사업도 규모 재조정
인구-수요 감소로 효용성 잃어

정부가 수도권에서 대규모 신도시 추가 개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개발하기로 한 신도시 사업지도 개발 일정과 규모를 전반적으로 재정리해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1970년대 이후 40년간 대규모 주택공급의 핵심 수단이었던 신시가지와 신도시의 효용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2018년경부터는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극심한 장기불황에 빠져 신도시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정부는 그 대신에 기존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주택 수요를 충당해나갈 계획이다. 신도시로 도시의 외형을 넓히면서 주택을 공급하던 팽창, 확장 위주의 주택 정책이 구도심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하는 것이다.

○ 대규모 개발, 추가 지정 없다

국토해양부는 330만 m² 이상 규모로 지정해 계획적인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신도시 사업을 수도권에서는 잠정 중단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신도시 추가 지정은 없다”며 “잠정적으로 2017년까지 국책사업으로 신도시 신규 개발을 추진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330만 m² 이상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8년 총인구 493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동시에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규모 신도시를 지을 만큼의 주택 수요가 앞으로도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국토부의 이런 방침은 사실상 ‘신도시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1980년대 말 수도권 주택 200만 채 건설의 일환으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가 들어선 데 이어 2000년대 초 대규모 계획도시 개념이 도입돼 2기 신도시 개발이 시작됐다.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고 집값 안정을 꾀하는 데는 이만한 카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97%, 수도권 99%로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대규모 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떨어졌다. 1, 2인 가구가 늘고 있지만 신도시급의 주택 공급을 필요로 할 만큼 수요가 늘어날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신도시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이 같은 주택정책 변화에 따라 기존에 추진하던 신도시 계획도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국토부는 5일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와 파주시 사이에 수도권 최대 규모로 추진 중이던 ‘JDS지구’ 신도시 사업을 중단시켰다.

이 사업은 경기도와 고양시가 주도해 일산동구 장항동과 일산서구 대화동 송포동 송산동 일대 2816만 m²(약 853만 평)에 사업비만 35조 원 이상을 투입해 친환경적인 신도시를 만드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2008년 10월부터 주변 일대의 개발행위를 제한해오다 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개발제한이 풀리면 대규모 개발을 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올 3월 경기 오산 세교신도시 3지구(508만 m²)와 충남 아산 탕정신도시 2단계(1247만 m²) 사업을 취소했다.

○ 한국형 콤팩트시티 시대 온다

정부는 앞으로 기존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지역과 유휴지를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통해 주택 수요를 흡수해나갈 계획이다. 국토부는 올해 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년)을 내놓으면서 △도심·역세권 고밀개발 △도심 주택공급 확대 △시가 내 미이용지 우선 개발 등의 구체적인 비전을 발표했다.

이지송 LH 사장도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보금자리주택 등을 짓기 위한 추가 주택용지는 공동화가 심해지고 있는 지방 구도심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도심을 되살려 주택을 공급하고 도시 시설을 집약적으로 배치하는 이른바 ‘콤팩트 시티’ 개념으로 도시 개발 정책이 바뀌는 것이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도시 외곽을 개발하는 신도시 대신에 도심으로 회귀해 업무, 주거, 문화 공간을 한데 모아 조성하는 콤팩트 시티가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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