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바꾼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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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 me if you can”… 21세기형 창조경영 레이스

5일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헨리 포드와 더불어 현대 기업사 100여 년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최고경영자(CEO)다. 기업을 넘어 인류 전체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놀라운 업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포드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활용한 ‘포디즘 생산방식’으로 인류의 생산성을 수십 배로 늘리고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를 열었다. 잡스는 PC를 통해 정보화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시간, 공간, 조직에 구애받지 않고 컴퓨터로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잡스의 일관된 비전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 결과 잡스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잡스는 기업 경영에도 큰 획을 그었다. 포드가 개척한 20세기 산업사회형 경영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완전히 새로운 21세기형 창조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 봐”

20세기 대량생산 시대 경쟁우위의 핵심 원천은 규모의 경제였다. 기업들은 새로운 상품이나 사업의 라이프 사이클을 최대한 연장하고, 경쟁자들이 잠식하지 못하도록 시장을 철저히 방어해 독과점 체제를 지키려고 했다. 경쟁의 기준도 같은 물건을 누가 더 싸게 잘 만들 수 있느냐에 있었다. 경쟁자의 시행착오를 관찰하고 학습한 뒤에 효율적인 대량생산 시스템과 시장 지배력을 내세워 검증된 물건을 더 싸고 더 좋게 만드는 ‘패스트 세컨드(fast second) 전략’이 통하는 시대였다.

잡스가 개척한 21세기형 창조경영은 이와는 다르다. 경쟁자의 모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애써 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누가 먼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혁신을 하느냐를 두고 ‘창조적 혁신 레이스’를 벌인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장하는 상품을 스스로 죽이고 훨씬 우월한 가치를 담은 후속 상품을 시장에 조기에 투입하는 ‘창조적 파괴’ 전략도 시도된다. 새로운 상품이나 가치를 최초로 개발한 ‘창조적 선발자(first mover)’는 후발주자들이 따라오기 전까지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한다. 20세기형 독과점 우위 전략과 달리 21세기의 시장지배자는 새로운 시장공간을 계속 창조해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일시적 독점에서 오는 경쟁우위를 반복해 누리는 역동적인 이동 독점전략을 활용한다.

○21세기 창조경영, 알고도 당한다

잡스와 애플이 개발한 21세기형 지속적 경쟁우위 창출 전략은 기존 시장에서 남들이 보유하고 있던 경제적 가치를 빼앗아 오는 ‘가치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계속해서 만드는 데서 오는 ‘가치창조’를 지향한다. 마치 상대에게 “나를 잡을 수 있으면 한번 잡아보라(Catch me if you can)!”고 대놓고 선언하는 식이다.

애플이 2001년 내놓은 아이팟은 이 21세기형 창조적 혁신 레이스의 신호탄이었다. 아이팟은 한국의 레인콤이나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아이튠스 등 관련 생태계의 경쟁력을 활용해서 이 시장을 차지했다. 잡스는 한국 기업이 반격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아이팟 클래식이 나온 지 1년이 채 안 돼 후속 모델들인 아이팟 나노, 아이팟 터치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을 때 새로운 혁신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경쟁자가 보기엔 아이팟을 보고 얼른 따라갔더니 상대는 이미 딴 데로 옮겨가고 없는 형국이다. 잡스는 더 나아가 휴대전화, TV 시장에 눈을 돌렸다. 아이폰과 태블릿PC인 아이패드 등으로 시장을 쉴 틈 없이 옮겨 다녔다. 애플은 곧 아이카드와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TV인 아이TV 등의 새로운 시장에서 창조적 혁신 레이스를 이어갈 것이다. 막강한 창조적 혁신 역량을 갖춘 애플의 자신만만한 정면승부수에 경쟁자들은 뻔히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잡스처럼 게임을 지배하라


최근 애플의 이 혁신 레이스에 이상기류가 보인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갤럭시탭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자신들이 선도한 ‘상시 창조적 혁신 레이스’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따라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개척하던 잡스 전성기의 애플과는 달리 삼성전자가 바짝 따라오는 것에 짜증을 내고 불안해하며 자신이 개척한 시장을 지키려고 안달하는 20세기형 기업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기업이 ‘포스트 잡스’ 시대를 대비하려면 그가 창시한 21세기형 상시 창조적 혁신 레이스를 지배해 버리는 방법밖에 없다. 최근의 세계적 한류 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들의 창조적 상상력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잡스의 후계자인 팀 쿡도 ‘아이폰은 한국이 버린 기술과 아이디어들을 재조합한 것’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도 창조적 혁신 레이스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속도 측면에서 강점을 제공한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창조적 혁신 레이스를 벌인다면 21세기를 지배할 제2의 잡스, 제2의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dshin@yonsei.ac.kr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1 호(2011년 10월 15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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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콜라전쟁’

▼ IMD Tomorrow's Challenges


1980년대에 코카콜라와 펩시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은 브랜드 경쟁 역사상 가장 길고도 어려운 싸움 중 하나였다. 30년이 넘는 동안 두 기업 간의 경쟁은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와 매장 내 판촉에서부터 스포츠 행사 후원, 비디오게임 통합에 이르는 수많은 방식으로 표출됐다. 최근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코카콜라와 펩시가 새로운 전장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이번에는 누가 승자가 될까? 성공적인 브랜드 인지도 및 브랜드 참여도 제고를 위한 효율적인 소셜미디어 활용 전략을 제시한다.

미국판 공포의 외인구단

▼ Management Science 2.0


부상으로 한물간 왕년의 스타, 메이저리그 방출 1순위, 만년 마이너리거…. 오합지졸로 보이는 선수들만으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구단이 있다.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다. 1999년 이 구단의 단장으로 영입된 빌리 빈은 과거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타율이나 홈런 같은 전통적 지표 외에 포볼 진루율 등이 팀 성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만년 2진에 머무는 ‘저평가’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스포츠 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이 구단은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스포츠 분야에서 활성화된 과학적 데이터 분석의 위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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