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전쟁, 美서 정면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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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안소송 심리 시작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 무대가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에서 13일(현지 시간) 애플의 삼성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리가 끝나면 곧바로 본안소송 심리가 진행된다. 특히 본안소송은 애플이 아이폰4에서 삼성전자의 3세대(3G) 통신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데다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심리가 전체 특허전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 정면승부를 위한 ‘무기’로 한국 기업이 연관된 판례를 인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LG전자가 대만 PC제조회사 콴타를 상대로 8년간 펼쳤던 긴 싸움이다. 2008년 미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특허전은 미국 로스쿨 교과서에 실리고 각종 논문에 등장할 만큼 대표적인 판례로 통한다. 당시에는 특허를 주장하던 LG전자가 결국 패소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은 이 LG전자의 사례와 비슷한 면이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퀄컴에서 특허사용료를 받고 있으면서, 퀄컴의 칩을 구입한 애플에 또 특허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당시 콴타 측 주장이 이번 애플의 주장과 유사하다. 인텔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면서 LG의 기술을 썼고 사용료를 지불했다. 콴타는 인텔에서 칩을 사서 자사의 PC에 넣었다. 콴타 측은 당시 “LG가 인텔에서 특허사용료를 받으면서 다시 PC 제조업체에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우리 기술은 PC의 칩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PC와 주변기기를 결합해 주는 ‘통합 컴퓨터 운영기술’”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허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에서는 LG전자가 패소했다. 이곳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곧 첫 번째 전쟁을 치를 곳이다. 두 번째 연방특허항소법원에서는 LG전자가 이겼다. 그런데 2008년 연방대법원에서는 9 대 0 만장일치로 LG전자가 졌다. 법원은 “특허권이 포함된 제품(인텔의 칩)에 LG전자가 주장하는 컴퓨터 운영 기술이 이미 구현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애플이 삼성전자의 공격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재판부는 당시 인텔과 LG전자가 라이선스 계약을 잘했으면 ‘특허 소진’을 피할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애매하게 남겼다. 애플이 지난주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와 퀄컴의 특허 계약서를 보고 싶다고 요청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박준석 서울대 법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은 계약과 상관없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특허권자의 계약보다 공공성을 살피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미국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 간의 계약 자체를 중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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