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월가 시위는 자본주의 개혁 필요하다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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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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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獨 위르겐 코카 방한

“현재 뉴욕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反)월가 시위는 자본주의의 금융시스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독일의 사회사학자인 위르겐 코카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학술원 부원장 겸 훔볼트대 국제연구센터 종신 펠로(70·사진)가 방한했다.

코카 부원장은 10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11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의 기조강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월가 시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서구사회는 1873년과 1929년 대공황이라는 자본주의의 심각한 위기로 큰 고통을 겪었지만 그 고통은 자본주의를 개혁하는 동력으로 작용해 각각 복지국가와 수정자본주의가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련의 사태 역시 새로운 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카 부원장은 현시점에서의 자본주의 개혁안으로 △금융시스템 및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규제 강화 △실패한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 중단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 마련을 꼽았다.

특히 그는 “금융회사들이 대형화됨에 따라 이른바 ‘대마불사’의 논리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뒤 “실패한 금융회사를 구제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정의의 원칙 모두에 위배되는 것으로, 성공을 하면 이익을 얻고 실패를 하면 손실을 입는다는 원칙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정부가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 중단이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며 이에 주저하는데, 금융·보험 회사를 작은 단위로 쪼개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카 부원장은 현재의 반월가 시위가 자본주의를 대신하는 다른 체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세기 공산주의의 운명이나 현재 북한 체제를 보면 그것들이 실패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많은 나라들이) 민주화를 거친 이후 과거보다 약해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예전에 없는 비정부기구(NGO)의 활약이 커지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시위가 여론을 환기시키고, 그로 인해 정치인들이 새로운 결정이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카 부원장은 간담회에 이어 진행된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에서 ‘이익과 비용 측면에서 본 독일 통일 20년의 결과’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그는 “독일 통일에는 여러 조건이 필요했지만 그중에서도 서독의 서방과의 협력적인 관계가 중요했다”며 “한반도에서도 지역적인 협력이 통일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일 오전 10시 반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자본주의 및 역사적 관점에서 본 자본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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