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폭증 ‘끙끙’ 통신사들 ‘전화위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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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관리술 개발 서둘러… 특허 선점 국제표준화 주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가장 빠르게 보급된 나라 중 하나다. 공짜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를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으면서 데이터 트래픽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2000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와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한 것을 두고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이렇게 폭증한 데이터 트래픽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있어 주목된다.

KT는 4월 개발한 트래픽 관리 기술인 ‘클리닝’ 서비스로 프랑스의 오랑주,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이탈리아의 텔레콤이탈리아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와 협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SNS와 사용자가 주고받는 신호를 과다하게 발생시키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걸러내는 것으로 필요 이상의 신호를 내보내는 앱을 자동으로 잡아낸다. 개발자가 만든 앱이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수정해야 한다.

KT는 6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서 이 기술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안태효 스마트에코본부장은 “외국은 아직 데이터 트래픽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우리의 발표가 자신들의 미래일 수 있다는 생각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현재 준비 중인 특허 5건이 출원되면 해외 통신사업자들과의 협력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해 5월 스마트 푸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 푸시 서비스는 SNS업체와 사용자가 직접 신호를 주고받던 기존 형식을 깨고 통신업체의 서버가 중간에 톨게이트 형식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SNS 측에서 사용자에 신호를 다섯 번 보냈다면 회사 서버가 이를 모아뒀다가 두 번 정도만 보내는 식이다. SK텔레콤은 SNS와 관련된 트래픽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에 이 서비스를 개방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SK텔레콤이 획득한 특허 12건이 포함되어 있다.

KT와 SK텔레콤은 트래픽 관리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 아직 이 기술을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나라가 없어 힘을 합치면 한국이 국제표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트래픽 관리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해외 통신사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허성욱 네트워크기획보호과장은 “앞으로는 네트워크 속도보다 주어진 망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며 “우리 트래픽 관리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네트워크 구축에 이어 운용에서도 선도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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