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환율… 원화가치 두달새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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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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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도 가파르게 출렁

원-달러 환율이 연일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내리고 있다. 달러가 썰물처럼 빠졌다가 밀물처럼 들어오면서 매일 20∼30원씩 움직여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실제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30원 가까이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27일에는 22.7원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폭이 예상외로 크게 나타나면서 정부와 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최근 두 달 새 달러화에 대해 10.4% 절하됐다.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26일 종가 기준으로는 12.1%가 떨어진 것이다. 이는 한은 ECOS에 등재된 주요 21개국 통화 가운데 뉴질랜드달러(11.2%), 스위스프랑(11.0%), 호주달러(10.4%)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급등락에 비상이 걸린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의 환율도 출렁이면서 각국 정부가 환율 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등을 감당하지 못한 한국 외환당국이 23일 대규모로 시장에 개입한 것처럼 주요 신흥국들도 지난 한 주 동안 모두 70억 달러의 돈 보따리를 풀었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브라질 태국 필리핀 폴란드 등 신흥시장은 물론이고 스리랑카 탄자니아 등 프런티어시장에 이르기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한 시장개입에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주 헤알이 8.5%나 떨어지자 22일(현지 시간) 27억5000만 달러의 환율 스와프 매각을 결정했다. 인도 루피, 말레이시아 링깃, 터키 리라도 3∼4%씩 가치가 떨어지면서 시장개입이 잇따랐다. 인도네시아는 1억9600만 달러를 사용해 국채를 매입했으며 터키도 리라 지지를 위해 3억 달러를 사용했다.

신흥국 통화가치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 이달 들어 가파르게 출렁였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 외환시장은 유럽계 은행의 자금 회수 조짐에 역외 세력의 투기가 가세하고, 여기에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외국인의 환전 수요까지 몰리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신흥시장 통화 절상을 겨냥한 환투기가 극성을 부린 반면에 지금은 경기 불안 속에 안전 자산에 관심이 쏠리면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별다른 효과 없이 외화만 낭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신흥국이 핫머니 공격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환의 3분의 1을 쓰고도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한 점을 거론했다. 러시아의 경우 루블 방어에 막대한 외환을 투입했으나 달러에 대한 루블 가치가 2년 사이 여전히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ING뱅크는 특히 아시아에서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의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임을 지적하며 통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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