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동반성장위 사업이양권고 수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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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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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할만한 中企 드물어 실업자 생길수도

LG생활건강과 아워홈 등에 대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사업이양 권고는 해당 기업의 투자 손실은 물론이고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강력한 조치다.

중소기업 적합 품목제는 민간 자율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따르지 않아도 법적인 제재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대기업이 이런 것까지 만들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느냐’는 사회적 비판을 고려하여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업과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사업이양 권고 배경

당초 동반성장위가 막 출범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사업이양 권고는 중소기업계조차 거의 기대하지 않은 카드였다. 동반성장위가 대기업에 경고 사인을 보내는 차원에서 ‘확장 자제’ 혹은 ‘진입 자제’ 권고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가 공생발전 이슈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데다 사회적 여론도 대기업에 불리하게 돌아감에 따라 LG생활건강 등이 동반성장위의 사업이양 권고를 따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잘해오던 사업을 포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 함께 살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적극 협조하는 차원에서 세탁비누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도 “‘대기업이 막걸리나 순대까지 만들어야 하느냐’는 여론에 밀려 관련 대기업들이 결국 사업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실업, 소비자 편익 부작용 우려

이번 사업이양 결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대기업들의 매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적합품목 1, 2개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생활용품에서만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 중 세탁비누 사업의 연 매출액은 1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업포기에 따른 설비와 인력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소기업에 넘기길 바라지만 이를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는 규모의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순대를 만드는 아워홈은 2009년 경기 안산시 공장에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순대와 편육을 생산할 수 있는 최신 설비를 들여놓았다. 그러나 현재 순대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아워홈 하나로, 나머지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이어서 수십억 원을 들여 이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도 “대기업이 포기한 생산시설을 받아줄 중소기업이 없다면 실업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은 ‘정리’ 대상 인력 규모 공개를 거부했다.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고형 세탁비누 등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주부 박신영 씨(32)는 “민감한 피부여서 일부러 대기업 세탁비누를 찾아 썼는데 이제부터 회사 이름도 생소한 제품을 쓰라는 것은 소비자를 외면한 일방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 대기업 “기준 오락가락” 비판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동반성장 분위기에 협조하겠다”고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품목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동반성장위는 올 7월 적합품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의 요구에 따라 제재 대상 대기업 기준을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집단(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사업이양 대상 기업들 가운데 LG생활건강만 상호출자 제한집단에 속하고 아워홈 등 나머지 기업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 지경부가 동반성장위에 요구한 원칙대로라면 아워홈 등은 제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맞다.

아워홈 관계자는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매출액이 당시 2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 원으로 성장했다”며 “현재 LG그룹 지분도 전혀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대기업계는 이번 사업이양 권고가 자동적으로 진입규제 역할을 하는 것에도 마뜩잖은 분위기다. 산업계의 변화로 새롭게 사업 진출을 모색해야 하는 기회가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이폰 등장 이후 주물 분야에 진출해 스마트폰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기업의 사업 진입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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