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혁신’ 외면한 사회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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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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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그룹 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체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해 일정 요건(취약계층 고용비율 30% 이상 등)을 갖추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해 인건비 지원,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 실패와 시장 실패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는다. 기존 정부 정책과 기성 기업의 노력으로도 풀지 못했던 난제를 공략하는 만큼 ‘혁신’과 ‘창의성’이 사회적 기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혁신의 발원지가 아니라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정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550여 곳 중 약 60%가 일자리 창출형이다. 그나마 사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나머지 업체들은 대부분 보육, 간병, 방과 후 학생 지도 등 일부 업종에 몰려 있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주는 사회적 기업은 정부의 육성책에 힘입어 급격히 늘었지만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적 아이디어를 무기로 내세우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는 혁신이라는 핵심 요소가 빠진 ‘붕어빵’ 사회적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규격화된 빵틀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구워져 나오는 붕어빵은 정부가 정해 놓은 ‘인증제’의 덫에 갇혀 일자리 창출에만 목을 매는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현주소를 연상시킨다. 스스로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소비자에게 사회적 가치라는 대의명분을 소비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소비자의 양심을 볼모로 떼를 쓰는 행위와 다름없다. 한 번은 통할지 모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용 창출이라는 치적을 위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을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전도유망한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아쇼카재단의 창립자인 빌 드레이턴은 “사회적 기업가는 혁신적 솔루션을 통해 경이로운 업적을 일궈내 수백만 명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세상을 바꿔나가는 변화 창조자이자 사회 변화의 엔진”이라면서 “사회적 기업 활성화에 필요한 것은 파트너십과 네트워크, 협업”이라고 지적했다.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들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자금 조달, 산학 연계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가가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사회적 기업이 시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회에 대한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난을 무마 혹은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도 안 된다. SK그룹이 추진하는 MRO코리아의 사회적 기업 전환도 높은 품질과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확립, 사회적 기업 전환 시 추가로 고용해야 할 취약계층과 기존 근로자 간 효율적 인력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이런 검토 없이 무리하게 사회적 기업화에만 매달린다면 대기업의 MRO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9호(2011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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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마케팅 전략은?

▼ Sports Marketing


많은 사람이 마라톤을 ‘힘들고 괴로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나이키는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마라톤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를 바꿨다. 이 회사는 애플과 손잡고 ‘Nike+iPod’이라는 제품을 선보이고, 연예인 등 사회 유명인사와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Nike+Human Race 10K’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전 세계 25개 도시에서 100만 명이 동시에 이 행사에 참가했다. 마라톤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는 스포츠 마케팅의 초점을 스포츠 자체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스포츠를 즐기는 소비자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우리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스포츠 마케팅 전략과 솔루션에 대해 박성희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분석했다.

녹색기술 성공 위한 10계명

▼ MIT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Review


소형형광램프(CFL)는 백열등 전구보다 소모 전력량이 75% 이상 적지만 수명은 5∼6배 더 길다. 미국의 모든 가정에서 전구 1개를 일반 전구에서 CFL로 바꾼다면 도로에서 130만 대의 자동차가 사라졌을 때와 맞먹는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주거용 조명시장에서 CFL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이 제품이 처음 시장에 등장한 1980년대 후반 이래 11%에 불과하다.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CFL 가격은 일반 전구 가격보다 평균 3배가량 비싸다. 녹색기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기술의 보급 및 확산 과정의 장애물과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녹색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명심해야 할 10가지 교훈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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