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독일차 수준” i40 직접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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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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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이 가장 사랑하는 차 가운데 하나인 폭스바겐 파사트를 잡겠다며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신개념 중형차 i40. 과연 i40은 현대차의 호언대로 세계시장에서 통할만한 품질과 가치를 지녔을까.

일단 초반 분위기는 좋다. 유럽 현지, 그것도 독일에서 먼저 i40을 인정하고 들어온 것. 독일의 유력 자동차 전문매체 아우토빌트는 지난 2일 i40을 파사트 바리안트(왜건형) 모델과 직접 비교한 기사를 내보내면서 “사실상의 독일차 수준”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매체는 두 차량의 비교시승을 통해 차량의 제원과 성능을 꼼꼼히 따져본 뒤 “이 정도 성능과 디자인, 재질이라면 7000유로나 비싼 파사트를 굳이 살 필요가 있겠느냐?”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i40라는 아주 설득력 있는 차를 유럽시장에 내놓았다”면서 “잘 달리고 높이 평가될 차를 출시한 현대차에 축하를 보낸다”고까지 했다.

#유럽서 “사실상 독일차 수준” 호평
지금까지 한국차를 ‘깡통’ 취급해왔던 독일 언론의 이런 평가는 극히 이례적이다. 현대차는 유럽 현지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한껏 고조됐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i40은 파사트와 비교할 때 외관, 성능, 연비, 편의사양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독일 오버우르젤 현대개발센터에서 수년간 i40 개발에 매달려 파사트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조금이라도 더 우수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i40을 개발하기 위해 4년6개월간 23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쟁쟁한 명차들이 즐비한 유럽시장에서 비유럽권 중형차가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대차는 소형차 위주로 판매하며 점유율 3% 문턱에서 걸려있고, 일본차도 한두 개 모델이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유럽 수출을 위한 선봉으로 i40을 내놓은 것.

유럽 소비자들을 겨냥했다는 i40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구태여 따지자면 SUV와 세단의 중간으로 봐야한다. 세단의 주행성능과 감각을 지녔지만, 실용성과 생김새는 SUV에 가깝다. 국산 중형차에선 없는 모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와 관련 학계는 i40이 한국 자동차문화의 외연을 넓히는데 중요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i40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다양성과 실용성의 시범 모델인데다 승용디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700리터 트렁크 자취방 이삿짐도 실릴 듯

한국 자동차문화의 전환점이 될 i40을 이달 초 부산에서 직접 만났다. i40은 첫눈에 보기에 단단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풍겼다. 전면은 헥사고날 그릴을 채용했고, 양끝이 올라간 전조등을 누운 ‘S’자 형태의 LED(발광다이오드)가 가로질렀다. 현대차의 디자인 콘셉트를 이어받은 전면과 측면은 쿠페를 연상시키듯 날렵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미를 강조했고 후드 라인을 없애 깔끔한 유럽차를 보는듯했다.

실내는 고급소재로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대시보드와 감각적인 센터페시아가 앞좌석을 안정적으로 감싸준다. 크기는 전장 4815mm, 전폭 1815mm, 전고 1470mm로 쏘나타와 비슷하다. 성인 4명이 앉아도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500리터에 달하는 트렁크다. 소형냉장고와 접이식 자전거가 거뜬히 실린다. 여기에 뒷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무려 1700리터로 화물공간이 넓어진다. 대형 유모차를 접지 않고 실을 수 있고 어지간한 자취방 이삿짐을 옮길 수 있을 정도다. 버튼 하나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뒷문(해치)은 손이나 물건이 끼었을 때 정지하는 안전기능을 갖췄다.

편의장치는 차량 회전 시 빛의 조사각과 범위를 조절해주는 ‘풀 어댑티브 HID 전조등’과 주차조향보조시스템, 전자파킹브레이크, 정차 후 출발 시 차량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오토홀드’, 10방향 전동시트,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 등이 있다.


#실용성은 왜건이지만 주행성은 세단
현대차는 i40을 소개할 때 ‘야누스 같은 차’라고 표현했다. 실용성은 왜건이지만 주행성능은 세단이라는 얘기다. i40 2.0 가솔린 모델의 운전석에 앉아보니 핸들의 크기가 일반 세단형 중형차 보다 조금 작았다. 조작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언뜻 스포츠카를 닮았다. 핸들링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을 고려한 선택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서서히 높였다. 빠른 가속은 아니지만 130km/h까지 쉽게 속도가 올라갔다. 엔진회전은 2800rpm을 웃돌았다. 저속에서 가벼운 느낌이던 핸들이 속도를 높이자 점점 무거워져 안정감을 줬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속도를 더욱 높여봤다. 가속페달의 반응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속도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150km/h이상의 고속에서도 차안이 조용했다. 정숙성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유럽모델보다 흡음제를 더 많이 사용한 까닭이다. 사이드미러의 풍절음이나 노면으로부터 전달해오는 소음도 많이 억제된 느낌이다.

#핸들링과 정숙성 인상적…패밀리 카 성격 강해
전체적으로 i40의 핸들링과 정숙성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강한 급가속과 거친 주행에는 맞지 않는 차다. 가족이나 지인을 태우고 부드럽게 운전을 즐기는 패밀리 카 성격에 맞는다는 느낌이다.

i40 2.0 GDI는 2000cc 직렬 4기통 DOHC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78마력(6500rpm), 최고토크는 21.6kgm이다. 공인연비는 13.1km/ℓ. 1.7 VGT 디젤은 1685cc 터보 엔진에 최고출력 140마력(4000rpm), 최대토크 33.0kgm이다. 연비는 18.0km/ℓ. 두 모델 모두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판매가격은 2.0 GDI 2835~3075만원, 1.7 VGT는 2775~3005만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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