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자를 잡아라…은행권 VVIP 마케팅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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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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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개통된 거가대교 야경. 동남권 공동 번영 시대의 드림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시
지난해 12월 14일 개통된 거가대교 야경. 동남권 공동 번영 시대의 드림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시
일본·중국·러시아 등 외국인 고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거가대교 개통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부산이 서울 강남에 이어 금융회사의 초고액자산가(VVIP) 유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잇따라 개설하는 등 부산 VVIP 고객 유치 총력전에 나섰다.

●VVIP 유치 '부산 대첩'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중 러시아인과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부산 중구 롯데타운 지역과 고급 주거지로 부상한 해운대 마린시티 지역에 각각 PB센터를 열기로 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부산 지역의 VVIP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려면 은행 지점 안에 있는 PB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우리은행 부산지점의 VVIP 고객 중에는 몇 년 전 귀화한 고려인 3세 여성 갑부가 있다. 이 고객은 여·수신을 포함해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거래해 서울을 방문하면 이순우 우리은행장실에 직행할 정도로 VVIP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돈을 좀 잃었지만 은행 직원들을 크게 다그치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 우리은행 측이 더 놀랐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을 잘하는 젊은 직원을 선발해 스타 PB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러시아어에 능통한 직원을 이 여성 부호 전담 직원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산업은행도 올해 상반기에만 부산에 지점 2곳을 열어 지점 수를 4개로 늘렸다. 산은의 전국 지점은 총 59개로 이중 22개가 서울에 있다. 서울을 제외하면 단일 도시로는 부산에 가장 많은 지점이 있는 것. 부산에 신설된 2개 지점 중 해운대 지점은 사실상 PB센터의 기능을 수행한다. 또 산은은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연계해 다음달 안에 부산 경제권인 대우증권 거제지점에 '증권 내 은행점포(BIB)'도 만들 계획이다. 산은의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 있고 부산과도 가까워 자산가들이 많다는 게 BIB 설립 이유다. 산은은 시중은행보다 최대 0.5%포인트의 이자를 더 줘 경남권 부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중 해운대 지역에 점포를 개설하고 부산지역의 일부 점포를 고급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한국씨티은행도 해운대 중앙지점에 자사 최대 스마트뱅킹 영업점을 설립했다. 이미 부산에 2곳의 PB센터를 보유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지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경제 활성화가 배경

은행들의 부산지역 VVIP 마케팅이 격화된 이유는 부산 경제의 활황 때문이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거제시를 잇는 거가대교의 개통 및 부울고속도로 확충으로 교통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부산에는 해외 관광객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부산 경제의 활력은 은행권 여·수신 현황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부산지역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2조529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늘었다. 서울(4.3%)의 2배를 웃도는 실적이다. 6월말 기준 부산은행의 총 수신액도 27조2114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5.8% 증가했다. 부산 인구도 늘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상반기 주민등록 인구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5년 이후 16년 만에 인구감소세가 멈췄다고 밝혔다.

'깐깐한' 서울 부자보다 다소 보수적인 부산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PB 영업을 하기에 여지가 넓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진석 우리은행 PB사업단 상무는 "일반적으로 젊은 서울 부자들은 본인이 직접 주식 투자를 하고 금융상품지식도 많아 PB의 조언을 참고는 해도 실제 그 조언을 따르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반면 부산을 비롯한 지방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고 부의 '축적'보다는 '수성'에 관심이 많아 PB들의 조언을 잘 듣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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