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플랫폼’ 1년반의 실험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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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코노베이션’…스마트폰 앱개발 벤처에 사업자금-판로 지원하고 임시 사무실까지 제공

아이디어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아바타 동화’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얘기다. 이 앱의 원리는 간단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어린이의 얼굴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사진과 비슷한 얼굴 그림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든 얼굴 그림을 ‘오즈의 마법사’ 같은 그림동화의 주인공 얼굴에 대신 집어넣는다. 그림동화를 읽는 어린이에게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인건비와 사무실은 물론이고 마케팅 예산도 필요한데 투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앱을 만든 JDK의 김규동 대표는 그때 KT의 ‘올레 벤처 어워드’라는 행사에 응모했다. 사업성이 있는 아이디어에 우승상금 5000만 원을 주는 행사였다. JDK가 우승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KT는 “사업성이 있다”며 상금 외에도 5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국내 최대 통신사가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아바타 동화’는 미국의 유아교육 전문 방송국인 ‘베이비퍼스트TV’를 통해 인터넷TV(IPTV) 서비스로도 제공될 예정이다.

○ 1년 반의 실험

KT는 지난해 3월 ‘에코노베이션’이라는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으로선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고 KT는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할수록 자신의 앱스토어 사업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서로 이익이었다. 산업생태계(에코시스템)를 키워 KT의 혁신(이노베이션)을 이루겠다는 전략으로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앱스토어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중요한 건 판로였다. KT는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앱을 일본의 NTT도코모,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 주변 국가 통신사와 공동으로 팔기로 했다. 말하자면 ‘동북아 앱스토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KT는 ‘올레마켓’이란 앱스토어를 운영하는데 이 안에 NTT도코모와 차이나모바일의 앱스토어가 입점해 중국과 일본 개발자의 앱을 파는 식이다. 국내 개발자의 앱도 이렇게 일본과 중국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개발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에코노베이션센터’라는 개발자 지원센터도 만들었다. 처음에는 새로 등장한 값비싼 스마트폰을 앱 개발자들이 맘껏 써보며 자신의 앱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고 개발자가 모이면서 이들이 힘을 모아 혼자서는 만들기 힘든 수준 높은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2만여 명의 개발자가 이 센터를 찾았다.

○ 창업자의 플랫폼이 되겠다

KT는 갓 창업한 기업을 위해 ‘올레서비스드 오피스’라는 임시사무실도 빌려준다. 리셉션과 회의실, 팩스, 발표공간 등을 만들어 놓고 여러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하게 해준다. 임대료는 일반 사무실보다 오히려 낮다.

이런 식으로 창업을 꿈꾸는 기업이나 개인이 쉽게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게 KT의 목표다. 기차역 플랫폼에선 어떤 화물도 직접 생산되지 않지만 많은 화물이 오갈수록 역은 더 많은 돈을 번다. KT도 이런 식의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KT를 통해 많은 국내 벤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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