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우수수… 잔액 16.9%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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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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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이 주가 폭락으로 16%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하락기에는 현금을 늘려 위험성을 방어하겠다’던 자문형 랩의 실제 수익률은 주가지수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부 주도주에 ‘다걸기’ 투자를 할 때부터 경고음이 울렸다며 예고된 결과라는 목소리가 크다.

○ 잔액 급락, 수익률 폭락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4개 주요 증권사가 매달 15일을 기준으로 관련 부서끼리 교환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잔액은 이달에는 7조5982억 원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5일 9조1447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자산규모가 16.9% 줄어든 것이다. 또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말(9조342억 원)과 비교해도 15.9%나 줄었다.

지난해 4월 말 1조569억 원에 불과했던 자문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증해 12월 말에는 5조2412억 원이었다가 올해 5월 말 9조1824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소폭 하락하는 추세였다. 잔액은 랩어카운트에 순유입되는 자금에다 주식평가액을 기초로 산출하기 때문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가 내려온 흐름과 일치하는 구조다.

자문형 랩어카운트 판매율 1위인 삼성증권은 12일 현재 2조8745억 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14.6%나 줄었다. 2위인 미래에셋증권은 1조296억 원으로 14.8%, 한국투자증권은 9318억 원으로 18.9%, 우리투자증권은 8863억 원으로 18.3%, 대우증권은 4107억 원으로 16.0% 줄었다. 이들 외에 하위권 증권사 중에는 20% 넘게 잔액이 줄어든 곳도 있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하락률이 코스피 하락률을 웃도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자문형랩어카운트 평균수익률은 1개월 ―18.55%, 3개월 ―24.40%, 6개월 ―21.18%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은 각각 ―18.09%, ―16.73%, ―13.33%였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실시간 포트폴리오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모방해 따로 투자하는 개인이 많았다며 이번 하락장에서 남보다 더 큰 손해를 본 개인자금이 랩어카운트 잔액의 3배가량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률이 높은 것처럼 보였던 일부 자문사는 운용 수익률이 높았다기보다는 조 단위로 신규 자금이 몰려들어 기존 종목을 떠받쳤기 때문”이라며 “돈 유입 속도가 주춤해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코스피나 다른 자문사보다 더 많이 깨진 자문사가 많다”고 말했다.

○ 신뢰 타격…아직은 지켜보는 투자자 많아

실적 악화로 증권사와 자문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투자처가 마땅치 않았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많이 팔았지만 실적이 급락하면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의 선두주자인 브레인투자자문 박건영 대표는 얼마 전 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 대상 간담회에서 “신뢰에 대한 타격을 드린 것 같아 매우 죄송하다”면서도 “어떤 상황이 와도 정신을 놓지 않고 반드시 수익률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문사 임원은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이 튼튼한데 하루에 10%가량 빠지는 종목이 속출하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주가가 급등락하는 장을 하도 여러 번 봐서 얼이 빠져 그런지 걸어 다녀도 발이 땅에 닿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랩어카운트에서 이탈하는 고객은 매우 적은 반면 순유입은 꾸준히 있다”며 “현금 비중을 어느 정도 늘려 놓은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안정적 성과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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