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엔低→ 원高 장기화땐 국내 수출株에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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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디스 日신용등급 강등… 증시에 미칠 영향은

글로벌 주식시장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락시킨 데 이어 24일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우량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연이어 강등되면서 투자심리는 또 한 번 얼어붙게 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번 강등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부진, 선진국 중심의 저성장 기조 고착 등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예고됐던 악재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

24일 무디스는 일본 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a3’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가부채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강등된 일본의 신용등급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같다. 투자심리 악화로 이날 코스피는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21.90포인트(1.23%) 하락한 1,754.78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전일보다 1.1% 하락해 마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는 일본 신용등급 자체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자체가 시장에 이미 노출된 악재였기 때문이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은 무디스가 5월 30일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S&P나 피치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등급을 낮춰도 영향력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자국 내 국채보유량이 많은 데다 세계 경제에서의 상징성으로 인해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컸던 미국과도 경우가 다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은 자국에서 국채 70%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유럽처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위기가 확산될 개연성이 크지 않다”며 “한국과도 지리적인 근접성을 제외하면 펀더멘털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고 말했다.

○ 글로벌 증시 장기 침체에 수출주 타격 우려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향후 추이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변수는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다른 국가들의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질지 여부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로 신용평가사들이 유럽 등의 다른 우량 국가의 신용등급을 내리게 된다면 공포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 중심의 경기 장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경우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요동쳤던 글로벌 증시는 다시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또한 엔화에 대비해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과의 수출 경쟁에서 힘겨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수출주 비중이 큰 국내 증시에도 일정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에 밀릴 경우 국내 수출주들이 부담을 받을 수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일본 경제 전반과 연관이 있는 만큼 이번 파급효과로 일본 금융주가 크게 하락한다면 국내 금융주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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