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小·農]강소농 되려면 어떻게? “무엇보다 구체적인 ‘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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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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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이 연구한 성공사례 요건 ‘STRONG+α’
작물-재배기술 공부는 물론 시장흐름까지 파악해야

나홀로 강소농이 되는 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더 큰 경쟁력을 만들기도 한다. 동아일보DB
나홀로 강소농이 되는 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더 큰 경쟁력을 만들기도 한다. 동아일보DB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건강히 땀 흘려 일하고 억대 연봉까지 누리는 게 강소농의 삶이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다. 영농 전문가들은 무조건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강소농이 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대체 성공적인 강소농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 걸까.》

농촌진흥청이 연구한 강소농 성공사례를 보면 이 요건은 ‘STRONG+α(알파)’라는 말로 요약된다. STRONG의 ‘S’는 Spirit(도전정신), ‘T’는 Technology(기술력), ‘R’은 Relationship(고객·농업전문가와의 네트워크), ‘O’는 Origin(차별화), ‘N’은 Niche(틈새시장 공략), ‘G’는 Group(조직화·주변 농가와의 협력)을 의미한다. 마지막에 더해진 알파는 농촌 현장 및 농업 관련 공무원들의 열정을 뜻한다. 한마디로 강한 추진력을 가진 성실한 농업인이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작물과 재배기술을 공부하고 시장 흐름까지 파악해 남과 다른 농산물을 생산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뿐 아니라 농업 전문가, 관련 공무원, 주변 농가들과도 네트워크를 잘 쌓아야 한다.

사례를 보자. 경북 영천에서 배 농사를 짓는 안홍석 씨는 15년 전 빚보증을 잘못 서 모든 것을 잃고 생계를 위해 농업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 안 씨가 알던 것이라고는 30년 동안 운영한 전자대리점이 전부였다. 막막했다.

하지만 안 씨는 전국 각지의 농업기관과 대학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배우고 또 배웠다. 그는 그곳에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양분을 배에 집중시켜 당도를 높이는 재배법에 도전했다. 안 씨는 결국 15 Brix(브릭스·과일 당도를 재는 단위) 이상의 최고 당도를 가진 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대구대 한방대와 함께 도라지 등 한약재를 넣어 만든 건강 배즙도 개발해 요즘은 미국에까지 제품을 수출하며 1억5000만 원의 연소득을 올리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조영숙 씨는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 탄탄한 관계를 다져 영농 성공을 거둔 사례다. 2002년 수확한 오이를 제값에 팔지 못해 고민하던 조 씨는 우연히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인터넷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농장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오이 재배과정, 요리법 등도 올렸다.

이에 대한 도시 회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안 씨는 카페가 커지자 단골회원을 농장으로 초대해 ‘번개팅’도 가졌다. 고객들은 안 씨가 준비한 풍성한 농촌 먹을거리와 오이 수확 체험에 ‘감동’을 받았다. 고객들은 2008년 한 상자에 4만 원이던 오이 값이 2000원대로 폭락했을 때도 안 씨의 오이를 1만 원 수준에 전량 구매하며 그를 응원했다. 안 씨는 오이 농사로 연 2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 40%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거래하고 있다.

한편, 이제는 전남의 대표 특산물이 된 ‘세발나물(갯개미자리)’은 한 농가의 성공 경험이 다른 농가로 전수돼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은 사례다. 세발나물은 예전부터 전남지역 바닷가 주민들이 먹었는데 미나리와 시금치를 빼면 거의 유일한 겨울철 푸른 채소다. 한 농가가 이에 주목해 세발나물 판매에 나섰는데 도시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 이웃 농가들에까지 세발나물 재배를 적극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해남군도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인공재배 기술을 적극 지원했다. 현재 해남지역에서 세발나물 재배에 참여하는 농가들은 연 3000만 원의 새로운 소득을 얻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강소농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이 농사로 어떠한 성공을 거두겠다’ 하는 구체적인 ‘꿈’이 필요하다”며 “꿈을 갖고 노력한 농업인들이 강소농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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