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로금리 2년 유지”]美 제로금리, 원화절상 부를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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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반전하며 전날보다 8.10원 내린 1080원에 마감했다. 공포에 질렸던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덮어놓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소 2년 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리 차를 노린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국으로 물밀듯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초저금리 유지는 원-달러 환율만 놓고 보면 악재에 가깝다. 시장에 달러가 흔해지면 그만큼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가치는 반대로 오를 여지가 높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3.25%인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지 않는 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 미국 국고채 금리(2년물 기준)가 연 0.2%에 불과한 상황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45%인 우리나라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미국에서 싼값에 달러를 빌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 오랜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외환투자자)이 개인외환거래를 통해 세계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국내에서 달러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판석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과거 엔화처럼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서 위상을 확고히 굳히게 됐다”며 “경제 펀더멘털이 좋고 금리가 어느 정도 높으며 외국 자본에 문호가 개방된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캐리 트레이드의 목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들어오는 게 낫지만 그렇다고 물밀듯이 유입되는 달러화는 달갑지 않다. 무역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우리로선 적정선의 환율을 유지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자칫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수출 수요가 떨어지는 마당에 가격 경쟁력마저 약화되면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 내부 기류도 조심스럽게 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계가 저성장 체제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도 적정 환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물가가 오른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지만 외화 유동성이 문제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들어 수입물가 억제를 위해 환율 하락을 일정 부분 방치해 왔다면 앞으론 적정 환율을 지금보다 높여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는 것도 물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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