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엘피다 “7월말 25나노급 D램 반도체 시제품 출하… 생산 공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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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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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먼저 생산하는게 중요… 이르면 내달 양산”

삼성전자가 10년째 이어온 D램 반도체 미세공정 신기록 행진은 멈출 것인가.

최근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가 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제품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미세공정을 둘러싼 반도체 한일전에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는 올해 5월 “7월까지 세계 최초로 20나노급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하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20나노급은 30나노급보다 회로 선폭(간격)이 좁아지고 크기도 작아져 생산성 및 경제성이 높다. 전력 소모가 15∼20% 적다. 그래서 최근 수익성 악화로 고민에 빠진 반도체 업체들은 20나노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개발전을 벌여온 것.

그러나 7월 말까지 엘피다는 아무런 내용물을 내놓지 못했고 “엘피다가 준비도 없이 뻥튀기했다”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엘피다는 이달 1일 “25나노 2Gb(기가비트) 용량의 DDR3 SD램 샘플(시제품)을 7월 말 업계 최초로 출하하고 상업 생산 공정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산은 아니지만 샘플 개발은 세계 최초로 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기술력으로 ‘절대왕자’ 삼성을 추월하려고 한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삼성은 엘피다의 발표가 의미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실제 제품에 공급되는 ‘양산’을 누가 먼저 하느냐”라며 “삼성은 당초 목표였던 연말보다 빠른 9, 10월에 양산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샘플 개발 뒤 양산까지는 6개월∼1년의 테스트 과정이 필요하다”며 “실험실의 샘플 개발은 이미 한참 전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양산을 앞둔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 엘피다가 세계 최초로 ‘발표’한 것이지, 실제 ‘개발’은 삼성이 세계 최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을 폐기한 후 샘플 개발 단계에서는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양산에 성공했을 때만 공개하고 있다. 황창규 전 사장이 제시한 ‘황의 법칙’은 ‘1년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가 된다’는 이론으로 이에 맞추기 위해 삼성은 개발 단계부터 ‘세계 최초’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개발을 독려해왔다. 하지만 2008년 삼성이 128GB(기가바이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내놓지 못하면서 법칙이 깨졌다. 이후 ‘황의 법칙’이란 말도 조용히 사라졌다.

결국 올가을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양산 성공 여부에 따라 삼성과 엘피다 가운데 진짜 승자가 누구인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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