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식 대우건설 부장 “밀물과 썰물… 폭우… 7년내내 물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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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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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사령탑

3일 첫 가동에 들어간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 7년간 건설현장을 지휘한 고영식 대우건설 부장은 “서해 바다의 큰 조차와 비바람을 이겨내며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지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일 첫 가동에 들어간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 7년간 건설현장을 지휘한 고영식 대우건설 부장은 “서해 바다의 큰 조차와 비바람을 이겨내며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지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바다 한가운데 ‘달님의 선물’을 모시기까지 7년이 걸렸어요. 이 기간은 물과의 전쟁을 벌인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고영식 대우건설 부장은 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묻자 “감격스럽고 뿌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부장은 2004년 7월 공사팀장으로 부임한 뒤 2009년부터 총괄현장소장을 맡아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지휘했다. 그에게 현장에서 보낸 7년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처음 조력발전소 도면을 봤을 때는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조력발전소여서 자문할 곳도, 마땅히 참고할 만한 자료도 없었다. 스스로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해외의 조력발전소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감’을 익혀야 했다.

그를 괴롭힌 것은 바다 한가운데 지을 발전소 건설현장을 확보하기 위한 물막이 공사였다. 서해의 거센 밀물과 썰물에 버틸 수 있는 물막이 기둥을 설치하는 게 관건이었다. 현장팀은 바다 한가운데에 지름 20m짜리 쇠기둥 29개를 둥그렇게 이어 붙여 축구장 12개 크기인 13만 m²의 공간을 만들었다. 기둥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둥마다 모래를 가득 채웠지만 거친 파도에 기둥이 기울어지는 등 그야말로 난공사였다. 10개월여 만에 물막이 기둥을 성공적으로 설치했는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이 공법은 나중에 특허까지 받았다.

이후 물막이 안 바닷물을 퍼낸 뒤 바닥을 드러내는 건조작업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발전소 기초 및 각종 구조물 설치 공사를 위한 사전 단계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고 부장은 “물막이 틈새로 바닷물이 들어올 수도 있고, 폭우라도 쏟아지면 물을 퍼내야 했기 때문에 현장 직원들은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했다. 2006년 12월에는 바닥 암반층을 뚫고 바닷물이 솟구쳐 6개월간 전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발전소 건설공사를 끝내고 다시 바닷물을 채우는 과정도 험난했다. 100만 t가량의 물을 한꺼번에 채우면 발전소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일부 넣고 점검하고, 조금 더 넣고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15일로 예상했던 물막이 해체 및 물채우기 공사기간은 70일로 늘어났다고 한다.

시화호 조력발전공사는 당초 올해 11월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여름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3일부터 10기 가운데 5기가 조기 가동에 들어갔다. 고 부장은 당분간 휴가 없이 발전소 주변을 지켜야 한다. 바닷물과의 전쟁이 지겨울 만도 한데 고 부장은 “이번 경험을 통해 얻어진 노하우가 많다”며 “추가로 만들어질 조력발전소는 더 잘 만들 자신이 있다”고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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