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집-호텔서 해외수출까지… 韓屋 ‘주거韓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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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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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휘닉스 스프링스 컨트리클럽 한옥연회장. 대문과 행랑채의 지붕에 통유리를 사용했다. 동아일보DB
경기 이천시 휘닉스 스프링스 컨트리클럽 한옥연회장. 대문과 행랑채의 지붕에 통유리를 사용했다. 동아일보DB
경기 용인시에 사는 장순희 씨(50)는 조만간 아파트를 떠나 인근에 위치한 경기 이천시에서 한옥을 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생각에 들떠 있다. 장 씨는 “은퇴를 앞둔 남편과 함께 남은 인생은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다는 바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며 “아파트보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있겠지만 마당 있는 집에서 텃밭을 가꿀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 본보기집에서 호텔까지

그동안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에서 한옥은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일종의 본보기집(모델하우스)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한두 채 단위로 짓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전문업체들이 잇따라 분양에 나서고 있다. 한옥 전문업체인 이연한옥은 경기 용인시 수지지역에, 전원주택업체 홈덱스는 충북 제천시 청풍호 주변에 각각 25채와 38채의 한옥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고급주택 건설 전문업체인 하인주택은 아예 전문분야를 한옥으로 바꾸고, 경기 남양주시에 70채 규모의 한옥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개인 주택 수준을 넘어 대규모 숙박시설로 지어지는 한옥도 등장했다. 2007년 지어진 한옥호텔 ‘라궁’은 경북 경주시를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식객’ 등의 촬영지로도 이름을 알린 이곳은 평균 객실점유율이 70%를 웃돈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휘닉스 스프링스 컨트리클럽 한옥연회장도 있다.

앞으론 보다 다채로운 형태의 한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최근 주거용 한옥뿐만 아니라 토지의 용도, 땅의 모양이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용도와 형태를 갖춘 한옥을 개발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이경아 서울시 한옥정책연구팀장은 “한옥을 지을 경우 토지 이용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이번 한옥 모델 개발과제에는 2층 한옥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 첨단 접목으로 주거 한류 꿈꾸다

한옥 건설이 활발해지면서 시공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 건축자재를 일일이 손으로 깎아 조립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공장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기둥이나 보 등 한옥에 들어갈 자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3차원(3D) 설계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업체도 생겼다.

건축자재도 표준화해 설계를 마친 뒤에는 바로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도면 설계 후 자재를 따로 구입한 뒤 한옥 양식에 맞게 재가공했다면 이제는 설계 즉시 공사에 착수할 수 있어 공사비와 시공기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옥전문 목재회사인 금진목재 민승홍 대표는 “공장 생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전통 방식으로 짓는 것보다 공사비를 30∼40%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단열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난방비가 일반 단독주택의 10% 수준인 ‘패시브 한옥’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말 일반 공개를 앞둔 이 한옥은 창호와 온돌, 벽체, 기와지붕 등의 성능을 향상시켜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강재식 건기연 건축도시연구부 연구위원은 “기존 건축비보다 10% 정도 더 비싸지만 에너지를 절감해 결과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옥 건설기술이 발전하면서 한옥의 해외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연한옥은 간삼건축과 공동으로 최근 중국 헤이룽장 성 닝안 시에서 주문을 받아 현지에 1000여 채 규모의 한옥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옥의 대중화, 주거 한류를 이뤄내기 위해선 한옥의 건축 방식에 대한 국제적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전환 이연한옥 대표는 “한옥의 건축구조 방식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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