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VIP 씨돼지’ 비행기로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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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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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加서 수입… “배 타고오면 멀미하고 폐사 확률 높아”

‘살아 있는 돼지들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종돈(種豚·씨돼지)들이 비행기를 통해 국내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올 초 구제역 사태로 국내 돼지의 3분의 1에 달하는 330만 마리의 돼지가 도살 처분된 이후 종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들이 직접 수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종돈이 검역을 위해 머무르는 영종도 동물검역계류장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철통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 현장 견학을 요청한 청와대 관계자조차 ‘출입 금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축산업계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국내에는 12차례에 걸쳐 2300여 마리의 종돈이 수입됐다. 주로 미국, 캐나다에서 출발한 이 돼지들은 모두 화물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한 귀한 몸들이다. 배를 타고 올 경우 2주 가까이 시간이 걸려 폐사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배가 적도를 지날 때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하는 돼지가 많다. 배의 습도와 출렁임도 돼지들에게는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들 돼지는 품종 역량에 따라 최소 200만 원대에서 최대 수천만 원까지 값이 나간다”며 “비육돈(도축용 돼지)을 생산할 모돈(母豚)을 낳을 돼지들이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한 비행기로 운송한다”고 말했다.

종돈은 유전학적으로 우수한 순수혈통 돼지로, 모돈과 비육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씨앗’이 된다. 하지만 올 초 구제역으로 종돈 3만 마리와 모돈 30만 마리 등 약 33만 마리의 ‘부모 돼지’가 매몰되면서 많은 축산농가가 어려움에 부딪혔다. 종돈과 모돈이 있어야 새끼 돼지를 낳고 다시 일어설 수가 있는데, 종돈 입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한국종축개량협회 문효식 팀장은 “현재 종돈 가격은 구제역 이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뛴 상태”라며 “돈을 주고도 돼지를 구할 수 없어 대기 상태인 농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종돈업자는 해외에서 종돈 들여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입 종돈은 국내산 종돈보다 돈이 몇 배로 들지만, 이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종돈업계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까지 들고 수입을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종돈들은 도착과 동시에 차량을 통해 곧바로 영종도 동물검역계류장으로 옮겨진다. 계류장까지는 공항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데, 민간인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군사지역 인근이라고 한다. 영종도 계류장을 관리하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옛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여전히 떠다니는데 이들 수입 종돈은 구제역 백신을 맞지 않고 들어오기 때문에 철통 방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계류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들이 죽으면 국가적인 망신”이라며 “계류장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검역본부 직원 3명뿐”이라고 덧붙였다.

수입 종돈들은 계류장에서 2주간 검역을 받은 후 ‘OK’를 받으면 국내 농가로 보급된다. 현재도 계류장에는 지난달 30일 수입된 900마리의 종돈이 검역을 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가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연말까지 5000마리의 수입 종돈에 대해 관세(18%)를 면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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