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車車 별난 팀]르노삼성 ‘차량 상품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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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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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점퍼입고 새벽 신차테스트… 조폭 오해도

24일 르노삼성자동차의 차량 상품성팀이 강원 평창에서 이날 공개된 ‘뉴 QM5’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호 차장, 조효진 과장, 고성훈 기장.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24일 르노삼성자동차의 차량 상품성팀이 강원 평창에서 이날 공개된 ‘뉴 QM5’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호 차장, 조효진 과장, 고성훈 기장.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자동차와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좋은 직업은 없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이 없어 레이서보다 스트레스가 적고 전국의 좋은 길은 다 다니니 도심에서 주로 운전하는 택시운전사에 비해서도 좋다. 출시 전 차량을 운전하며 시험해 보는 자동차 회사의 ‘차량 상품성팀’은 차량의 첫 고객이 돼 고객의 처지에서 차를 평가하는 팀이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 차 몰며 흠 찾는 게 일

르노삼성자동차의 차량 상품성팀은 모두 14명. 차종별로 팀이 나뉘어 있다. 24일 강원 평창에서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공개된 ‘뉴 QM5’를 담당하는 이석호 차장(46·그룹장), 고성훈 기장(43), 조효진 과장(38)을 만났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동안 QM5를 타고 강원 철원과 대구, 지리산 등을 누비며 각종 성능 시험을 했다. 철원에서는 겨울철 해뜨기 직전 차가 추운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대구에서는 한낮에 에어컨 성능을, 지리산에서는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엔진이 얼마나 열을 받는지를 테스트하는 식이다. 어떤 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전만 하기도 했다. 뉴 QM5는 페이스 리프트여서 테스트 기간이 짧았지만 신차는 1년이 넘게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해외 출장도 다닌다. 이 차장은 “아주 추운 곳이나 아주 더운 곳으로만 가서 그다지 재미는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나 일본의 홋카이도 같은 곳이다.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이들이 테스트하는 건 대략 150가지다. 브레이크나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핸들링 및 승차감을 비롯해 각각의 버튼 조작감까지 시험해 본다. 그리고 모든 부분에 점수를 매긴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차의 목표 고객 성향과 맞지 않으면 설계팀에 개선을 건의한다. 조 과장은 “내가 건의한 부분이 고쳐져서 차량의 품질이 개선됐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일종의 직업병이 있는데, 타는 차마다 평가를 하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조작해 봐야 직성이 풀린다. 반면 차에 대한 지식 못지않게 다른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게 되는데, 바로 전국 도로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다. 운전하고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국도의 어느 구간이 차의 어떤 점을 시험해 보기에 적당한지를 아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이나 언론 대상 시승회를 열 때 시승 구간은 차량 상품성팀이 감수를 한다. 예를 들면 이번에 출시된 뉴 QM5는 핸들링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충분히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시승 구간에 대관령길과 진고개길이 포함됐다. 지금은 경기 화성에 자동차성능연구소가 있어 자동차의 각종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지만, 예전에 동력 성능은 교통량이 적은 중앙고속도로에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 측정은 충남 당진의 석문 방조제길을 이용하기도 했다.

○ 조폭으로 오해도 받아

이 팀도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한번은 철원에서 새벽에 차량 테스트를 하다가 조폭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남자들이 단체로 검은색 점퍼를 입고 새벽에 차를 타고 나가니 조폭들이 동계훈련 나온 걸로 안 동네 주민이 신고를 했다고 한다. 또 신차의 디자인을 가리기 위해서 위장막으로 차를 가리고 다니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일반인들의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구경하느라 앞에 끼어들어서 안 비켜주기도 하고 옆에서 계속 따라오기도 한다.

또 언젠가는 커버로 차를 덮어 놓고 자물쇠를 채운 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왔더니 어떤 사람이 커버를 벗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이후 팀에는 ‘위장막 차량 테스트 때는 밥은 한 사람씩 먹고 나머지는 차를 지킨다’는 불문율이 생기기도 했다. 고 기장은 “이 일을 하려면 전공에 제한은 없지만 기계와 전자기기에 익숙하면 좋고 전반적으로 차를 평가하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차를 아주 좋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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