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수입차 거품 빼고 AS 불편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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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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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사업 철수 준비… 소비자 피해 우려
“옵션 다양화 인식 심어준 것은 긍정적” 평가도

“수입자동차의 가격 거품을 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SK네트웍스가 수입차 판매사업을 완전히 접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회사들은 “대기업이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었다. SK네트웍스를 통해 구입한 소비자만 골탕 먹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입차의 가격을 낮추는 역할도 했다”고 평가한다. ‘수입차 업계의 이단아’로 불렸던 SK네트웍스의 사업 실패는 무엇을 남겼나.

○ 애초부터 한계

SK네트웍스의 파격적인 행보는 2007년 11월 병행수입 사업 선언부터 시작됐다. 정만원 당시 사장(현 SK 부회장)은 병행수입을 통해 차 값은 10∼15% 싸게, 옵션은 다양하게 들여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00원 안팎으로 높던 시기여서 환율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애초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자동차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는 게 아니라 해외 수입차 딜러가 내놓은 물건을 다시 사들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니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할 수 없었다. 거래 규모가 작을 때는 상관없지만 규모를 키워가기엔 적절하지 않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유학 갔다 온 학생들이 하는 일을 SK가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사업이 난관에 부닥쳤다. 공식 수입법인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들여와야 하지만 환율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SK네트웍스는 병행수입을 선언한 지 2년이 채 못 돼 사업 축소를 선언했다. 판매량은 2000여 대에 머물렀다.

○ AS망 상대적으로 불편

SK네트웍스의 사업 철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는 SK네트웍스의 애프터서비스(AS)망 대신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국내 공식 수입법인의 AS망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딜러에 따라 50만 원 안팎의 등록비를 내야 한다.

또 공식 수입법인이 제공하는 AS 보장 혜택도 받지 못한다. 정비를 하려고 해도 부품 조달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판매한 차량이 적고 주로 중동이나 미국 수출 모델이라 상당수 부품이 한국 판매용과 달라 AS센터에서 부품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부품 가격도 비싸진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는 서울 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부산 등 3곳의 직영 서비스센터와 대구, 광주의 협력업체 2곳, 가벼운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스피드메이트 10곳 등 15곳에서 AS를 받으면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식 수입법인은 보통 20개 이상의 정비 서비스센터를 운영해 SK네트웍스의 AS망은 상대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 수입차 대중화에 한몫

SK네트웍스의 실험이 나쁜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수입차 업계는 “수입차도 옵션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벤츠 측은 “선루프, 와인잔 홀더 등 원하지 않는 옵션까지 모두 포함한 조건으로만 수입차를 구입해야 했던 소비자는 SK네트웍스의 ‘깡통차’(옵션을 모두 빼고 가격을 낮춘 차)가 반가웠을 것”이라며 “옵션 합리화 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급자 위주의 수입차 시장 무게중심을 소비자 쪽으로 옮겨, 결과적으로 수입차 대중화에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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