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사… 슈퍼리치 고객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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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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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시장에서 투자자산 규모가 최소 수십억 원을 넘어서는 ‘슈퍼리치(Super Rich)’ 고객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갈등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이 선점한 슈퍼리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증권사들이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 인력을 스카우트하자 은행권이 PB들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활용하지 말라고 내용증명을 보낼 정도로 악화됐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한 은행으로부터 ‘이직한 PB들이 기존 고객 정보를 활용해 영업에 나설 경우 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고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부터 예탁자산 규모 30억 원 이상인 ‘부자 고객’만 관리하는 SNI 지점 4곳을 잇달아 개설했다.

현재 이들 지점에 근무하는 PB 46명 중 10여 명이 하나, 신한 등 은행권 출신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그동안 상대하던 PB와 계속 거래하기 때문에 고객을 놓칠 위기에 놓인 은행권이 발끈하면서 내용증명 발송에까지 이른 것.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억지로 빼온 게 아니라 우리가 자산관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은행권 PB들이 자발적으로 이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SNI 지점을 내면서 자문형 종합자산관리계좌(랩 어카운트) 같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자산관리업계에 슈퍼 리치 유치 바람을 일으켰다.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30억 원 이상의 슈퍼 리치를 관리하는 WM(웰스매니지먼트) 센터를 2개 열었고, 한국투자증권의 ‘V 프리빌리지’ 센터, 우리투자증권의 ‘프리미어블루’ 센터, SK증권의 ‘강남PIB(프라이빗 인베스트먼트 뱅킹)’ 센터 등도 예탁자산 규모 1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이 주 고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개 증권사에 맡긴 예탁자산이 10억 원이라면 이 고객이 가진 금융자산은 최소 수십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 돈을 끌어오기 위해 고객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슈퍼 리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시장은 2008년 은행권이 먼저 공략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이 자산 30억 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HNWI(High Net Worth Indivisual) 센터를, 신한은행이 50억 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골드센터를 각각 2008년에 개설했고 씨티은행은 100억 원 이상 고객만 관리하는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던 슈퍼 리치들이 랩 등 증권사의 고수익 상품으로 몰리자 은행권에서도 랩과 비슷한 성격의 자문형 신탁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는 상황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원래 은행권이 하던 고액 자산가 대상 영업에 증권사가 끼어들면서 인력 확보전이 치열해졌다”며 “과거와 달리 은행과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비슷해지다 보니 앞으로 두 진영 간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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