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맨유 꺾은 바르사 ‘역발상 경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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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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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A매치도 아닌데 숱한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축구경기는 싱겁게 끝났습니다. 29일 새벽 유럽 최고의 축구클럽을 가리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바르사)의 경기는 박지성 선수의 맨유가 애처로워 보일 만큼 볼 점유율이나 패스 능력에서 바르셀로나가 월등히 앞섰죠.

바르사가 유럽 최강의 팀으로 등극한 비결은 구단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눈길을 끕니다.

바르사는 일반 축구클럽과 ‘지배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 축구클럽의 주인은 15만 명에 이르는 팬들입니다. 맨유가 속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일부 팀이 중동과 러시아 석유재벌의 소유인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경영도 이 15만 명 중 3100명의 팬이 맡고 있습니다.

외국 용병들이 주도하는 EPL과는 달리 바르사는 내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한 리오넬 메시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유소년 시절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뛰었습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 중 메시를 포함한 8명이 내부 축구학교 ‘라 마시아’ 출신입니다. 감독인 주제프 과르디올라도 바르사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B팀 감독을 거쳐 2008년 37세에 감독으로 발탁됐습니다.

이러한 바르셀로나의 지배구조와 인력구성은 외부인력을 뽑아 기업을 글로벌하게 만들어야 한다든가, 주인이 있는 기업의 경영성과가 뛰어나다는 등 경영 상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바르사의 성공은 경영의 세계에는 정답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축구클럽 경영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라 미국 ‘디즈니’같이 캐릭터에 의존하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라는 점도 작용했을 겁니다.

사족 하나. 유니세프 로고를 무료로 달고 뛰었던 바르사는 내년부터 최소 1억6500만 유로(약 2500억 원)를 받고 5년 동안 카타르 왕족 소유의 ‘카타르 재단’ 로고를 단답니다. 그동안 팀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 ‘클럽 주인들’의 의지가 다소 퇴색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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