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잠재력만 믿고 투자하라” 영감의 리더십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 메디치 가문 독특한 용인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자화상으로 영국의 윈저 궁에 소장돼 있다. 아르테미시아는 한 번도 여성 화가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피렌체의 미술가 길드 겸 대학에 최초로 가입해 활동한 예술가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자화상으로 영국의 윈저 궁에 소장돼 있다. 아르테미시아는 한 번도 여성 화가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피렌체의 미술가 길드 겸 대학에 최초로 가입해 활동한 예술가다.
《 탁월한 스펙(학력, 경력 등 조건)을 갖춘 인재들을 잘 찾아내는 게 뛰어난 용인술(用人術)일까?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의 용인술은 오히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메디치 가문의 지도자들은 아직 스펙이 갖춰져 있지 않지만 세상을 바꿀 만한 잠재력을 가진 젊은 예술가와 학자들을 주목했다. 그들의 여물지 않은 미래에 희망을 걸면서 그들에게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킬지 늘 고민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1호(2011년 5월 15일자)에 실린 메디치 가문의 리더십 분석 기사를 요약한다. 》
○ 어떤 사람을 쓸 것인가

코시모 데 메디치 2세 기념주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라는 최초의 여성 화가를 발굴
했을 뿐 아니라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후원자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코시모 데 메디치 2세 기념주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라는 최초의 여성 화가를 발굴 했을 뿐 아니라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후원자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우리는 능력이 충만한 사람을 가까이하고 패배감에 시달리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교육받아 왔다. ‘의심스러운 사람을 쓰지 말라(疑人勿用)’는 용인술은 ‘쓰고 있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用人勿疑)’는 용인술보다 늘 앞서 왔다. 기업들은 검증되고 보편타당한 스펙을 구비한 긍정적 에너지의 인재를 선호한다.

하지만 과연 보편타당한 스펙을 구비한 인재가 꼭 뛰어난 인재일까? 탁월한 용인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메디치 가문도 최고의 스펙을 갖춘 인재를 등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을까?

그렇지 않다. 메디치 가문의 용인술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메디치 가문의 지도자들은 아직 진가가 드러나지 않은 젊은 예술가와 학자들을 주목했다. 당대 최고의 명성을 떨치던 로마 유학파 건축가 브루넬레스키 대신 무명의 신예 미켈로초를 가문의 건축 책임자로 등용한 코시모 데 메디치는 영감의 리더십(Inspiring Leadership)을 잘 보여준 인물이다. 10대 무명의 길거리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를 가문의 양자로까지 입양했던 로렌초 데 메디치의 파격적인 용인술은 메디치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코시모의 후원을 받은 미켈로초가 르네상스 건축의 기본 골격을 완성하고, 로렌초의 후원을 받았던 미켈란젤로가 르네상스 조각의 최고 정점에 도달하게 된 것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메디치 가문의 리더십 덕에 가능했다.

○ 최초의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무명의 인재를 발굴해 그들의 마음속에 창조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메디치가 사람들을 따를 자가 없다. 가능성이 엿보이면 메디치가 사람들은 그 인재의 출신 성분도, 과거도 개의치 않았다. 능력 외에 모든 것은 너그럽게 양해했다. 메디치 사람들이 본 것은 미래지 과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7세기 초반, 최초의 여성 화가가 탄생했다. 이름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모든 서양미술사에 이름이 올라 있는 아르테미시아는 원래 로마 출생이지만 메디치 가문이 이끌던 피렌체에서 화가로서 첫 명성을 쌓았다. 그녀는 그동안 여성 화가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피렌체의 미술가 길드 겸 대학에 최초로 가입해 활동했다. 그녀 역시 메디치 가문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는 동시대의 뛰어난 화가였던 카라바조의 친구로 그 역시 유명 화가였다. 오라치오는 그림에 대한 딸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봤다. 그는 딸을 자신의 화실에서 숙식시키며 미술 수련을 쌓게 했다. 당시 오라치오는 팔라비치니 궁전 내부를 장식하는 큰 공사를 주문받았다. 오라치오는 프레스코화 장식을 위해 아고스티노 타시라는 인물을 동업자로 고용했고, 그에게 딸 아르테미시아의 미술 교육도 맡겼다. 여기서 사고가 발생했다. 타시가 화실에서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르테미시아를 강간한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스캔들에 대한 소문으로 로마는 술렁거렸다.

타시는 강간 혐의로 체포됐고, 약 7개월간 아르테미시아에게는 수치스러운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타시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아르테미시아가 먼저 유혹했으며 지금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강간의 피해자였던 아르테미시아는 돌이킬 수 없는 모욕과 수난을 당했고 그녀의 탁월한 예술적 가능성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자포자기의 상태에 이른 아르테미시아는 로마의 3류 화가였던 피에란토니오 스티아테시에게 팔려가다시피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의 예술적 재능을 아끼던 한 후원자가 거액의 결혼지참금을 약속하자 빚에 시달리던 피에란토니오가 강간 사건의 피해자인 아르테미시아와 결혼하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아르테미시아는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로마를 떠나 메디치 가문의 대공 코시모 2세가 통치하던 피렌체 공국으로 이주했다. 은둔하며 작품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던 그녀에 대한 소문은 조금씩 피렌체 사교계에 퍼져 나갔다. 그녀에게 이런 소문의 확산은 이로울 것이 없었다. 전전긍긍하며 그림에 몰두하고 있던 그녀에게 뜻밖의 주문이 들어왔다. 코시모 2세가 직접 작품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작품 주제는 아르테미시아가 아버지 오라치오와 함께 그린 적이 있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였다.

○ “아버지 솜씨보다 더 낫지 않소?”


1615년 3월 15일, 아르테미시아가 운영하던 화실에 20여 명의 손님이 전격 방문했다. 코시모 2세가 아내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해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피렌체를 대표하는 지식인과 예술가들을 이끌고 직접 화실을 방문한 것이다. 이는 로마에서 흘러들어 온 타지 출신의 예술가에게 파격적인 대우였다. 피렌체에서 배출된 거장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타지 출신의 예술가들은 피렌체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피렌체를 통치하던 대공 코시모 2세가 직접 타지 출신의 예술가, 그것도 스캔들에 휩싸여 있던 여류 화가의 화실을 직접 방문한 파격을 연출했다. 이것이 바로 메디치 가문이 인재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었다. 잠재적인 가능성이 보이면 파격적인 대우를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25세의 젊은 군주였던 대공 코시모 2세는 이미 아르테미시아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성 화가의 과거를 묻지 않았다. 그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르테미시아의 그림 솜씨였다. 코시모 2세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단검으로 자르고 있는 유디트의 얼굴이 바로 아르테미시아의 얼굴임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또한 자신을 강간한 타시의 얼굴이 홀로페르네스의 얼굴로 그려진 것도 알아봤다. 그녀의 작품을 찬찬히 훑어본 코시모 2세는 함께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솜씨보다 더 낫지 않소?”

그의 이 말은 아르테미시아의 마음에 영감의 불을 댕겼다.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있던 그녀는 아버지의 기대와 실력을 넘어서고 싶었다. 카라바조의 명성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대공 코시모 2세가 피렌체 최고 지식인들 앞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해주는 한마디 격려의 말을 던진 것이다. 코시모 2세는 아르테미시아가 단독으로 그린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에 고액의 사례금을 지불하고 ‘류트를 켜는 여인’과 ‘마리아 막달레나’를 추가로 주문함으로써 첫 여성 예술가가 탄생했음을 온 세상에 알렸다. 아르테미시아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창작의 열정에 온몸을 던질 수 있는 창조의 영감을 얻게 됐다.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skk@yonsei.ac.kr@@@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1호(2011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스마트워크 제대로 도입하려면

▼ Special Report


지식 근로자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 즉 스마트워크(Smart Work)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보기술(IT) 환경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근로자들의 업무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이 불필요한 e메일과 전화 응대로 낭비하는 비용이 연간 약 6억 달러에 달한다. 독일 영국 덴마크의 경영진이 3년 반이란 기간을 불필요한 e메일 응대에 쓴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직원의 업무 능력을 극대화해주는 스마트워크 체제를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업무 기능에 적합한 스마트워크 도입 전략을 소개한다.

기업들이 넘어야 할 5가지 경계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기술 발전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여러 경계로 인한 장벽은 오히려 더 두꺼워지고 있다. 21세기 기업들은 5가지 경계로 인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조직 내 직급 및 서열 차에 따른 수직적 경계, 조직 내 다른 부서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평적 경계, 주주, 이사회, 납품업체, 지역사회 등과의 충돌로 발생하는 이해관계자 경계, 성별, 인종, 교육 수준 차이가 낳는 인구 통계적 경계, 지리적 경계 등이다. 미국 신시내티대 도나 크로봇 메이슨 교수 등이 5가지 경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6가지 방안을 소개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