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황으로 절박할때 주택은 진화… ‘시그너처 단지’ 쏟아진다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신동에서 본보기집(모델하우스)을 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 영통 마크원’은 전용면적 84m² 주택형에 서비스 면적을 42m² 더 제공하는 최신 평면을 적용했다. 서비스 면적이 전용면적의 절반에 이르는 만큼 사실상 분양가 할인 혜택을 주는 셈이다.

4월 중순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에 나선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 2차’는 59m² 일부 주택형에 중대형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4.5베이’ 설계를 적용한 것이 이목을 끌면서 같은 시기에 분양한 인근 대형 건설사 단지보다 훨씬 좋은 분양성적을 거뒀다. ‘4.5베이’란 거실과 방 3개 전체는 물론이고 안방 내부 욕실에까지 창문을 배치해 채광 효과를 높이고 개방감을 넓힌 설계를 뜻한다. 이 회사 김정호 팀장은 “인근에 이미 분양한 1차 단지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벌여 한층 ‘진화’한 구조를 적용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분양 철을 맞아 수도권에서 1000채 안팎의 대규모 단지를 선보이는 건설사들이 신규 아파트에 특화 평면 및 신기술을 대거 접목하고 있다. 수도권 주택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지 못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인근 단지와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하는 등 각 아파트 브랜드를 상징하는 ‘시그너처(signature) 단지’를 조성하고 나선 것이다.

○ ‘시그너처’ 단지 분양 성적에 사활


총 1330채로 구성되는 ‘래미안 영통 마크원’은 일반분양 물량이 수십 채에 그치는 서울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제외하고 삼성물산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단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징성이 있는 이 단지의 분양 성적이 올해 전체 분양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쏠리고 있어 전국 래미안 단지 최초로 실내 공기 정화 효과가 높은 급기·배기 시스템을 각 가구 천장 곳곳에 장착하는 등 차별화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5월 초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포스코건설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는 원래 14개 동으로 설계된 아파트 단지를 12개 동으로 줄이면서 동간 거리를 최대 185m까지 넓혔다. 대지면적 대비 수익성 대신 입주자 만족도를 택한 것. 건폐율 역시 송도 기존 아파트의 절반가량인 9.77% 수준이다.

SK건설은 수원에서 분양 중인 ‘수원 SK스카이뷰’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으로 공동현관 출입, 엘리베이터 호출, 주차위치 확인 시스템을 통제하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적용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도 최근 짓는 대규모 신규 아파트에 관리비 절감 효과가 큰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속속 접목하고 나섰다.

○ 기술 개발은 ‘배고플 때’


건설사들이 이처럼 수익성을 줄이면서까지 ‘시그너처 단지’에 사활을 거는 것은 현재 주택시장에 대한 긴장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단지의 분양 성적을 보고 주택사업 축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해 사내에 비상이 걸렸다”며 “분양가도 낮추고 이만큼 ‘미끼’를 던졌는데도 분양에 실패한다면 주택시장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소장은 “지난해 대폭 감소한 수도권 아파트 공급 물량이 올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어 대형 건설사라도 대규모 단지에 대해서는 타사와의 경쟁이나 분양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로서는 이런 때가 최신 설계로 중무장한 신규 아파트를 ‘거품’이 줄어든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령화 추세로 연금소득자가 늘어나자 관리비 절감용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도입해 고정 지출을 줄여주는 등 요즘 실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장치들이 접목됐기 때문이다.

장성주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짓기만 하면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는 호황기 때보다 불황기 때 ‘손님’을 끌기 위해 진화된 특화 기술이 많이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분양가상한제가 유지된다면 ‘제 살 깎기’식 서비스 제공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