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판유리 시장에 ‘저가 중국산’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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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체 “심각한 피해” 호소… 정부, 반덤핑관세 3년간 부과

8000억 원 규모의 국내 판유리 시장이 ‘저가(低價) 중국산’ 위협에 떨고 있다. 판유리는 아파트 창에 가장 많이 쓰이며, 특히 최근 에너지 효율적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복층유리, 진공유리 등의 재료다.

10일 한국판유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판유리 생산량은 3151만 t으로 우리나라의 107만 t보다 30배나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유리 사용량이 34kg으로 일본 11kg, 중국 13kg, 유럽 지역 18kg보다 월등히 높은 것. 반면 중국은 생산이 수요를 초과해 2009년 재고가 69만 t, 2010년은 100만 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가까운 한국 시장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판유리의 대표적인 제품인 5mm 유리의 경우 1만6759t이 수입돼 국내 전체 소비량의 약 50%를 점유했다.

판유리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인 한국유리공업이 중국산 유리를 수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개 회사의 제품 가운데 4개에서 10mm 이상 크기의 이물질이 발견됐다. 반면 국내 업체가 생산한 제품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판유리에 10mm 이상의 이물질이 포함되면 유리에 피로가 쉽게 누적돼 자연파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6일 중국산 판유리에 대해 덤핑방지 관세를 3년간 부과하는 내용의 ‘중국산 플로트 판유리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입법예고했다. 일단 국내 업체들이 한숨을 돌린 셈. 국내 생산업체들은 “12.04∼36.01%의 반덤핑 관세를 매겨도 중국산 가격이 국산보다 20∼50% 저렴하다”며 “중국산 저가 판유리 범람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판유리를 이용해 기능성 유리를 만드는 가공업체들은 “중국산 유리도 글로벌 기준에 따라 질이 높아졌다”며 “KCC와 한국유리공업 등 단 2개뿐인 국내 판유리 생산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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