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엘피다 앞선다는데… 삼성은 여유만만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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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新반도체 발표해놓고 제품 안나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본 반도체 제조회사인 엘피다메모리(이하 엘피다)가 회로 선의 폭이 2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D램을 7월부터 상용 생산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최근 보도한 뒤부터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현재 이보다 집적도가 떨어지는 35nm급 D램을 양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0년 동안 반도체 칩에 누가 더 많은 회로를 촘촘하게 넣는지 겨루는 ‘미세화 기술’ 경쟁에서 한 번도 주도권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런데 세계시장 점유율 10%대인 엘피다가 40%에 육박하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20nm급 D램을 양산하겠다고 하자 일본에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가 엘피다에 뒤지는 것 아니냐는 보도에 걱정하는 사장들이 있을 것 같아 설명한다”며 “결론부터 말해 엘피다가 7월부터 양산한다니 (정말인지)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권 사장이 신중한 낙관론을 펴는 것은 엘피다가 과거에도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 그는 “엘피다는 2009년 40nm를 개발했다고 했지만 아직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지난해 30nm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며 바로 출하한다고 했는데 아직 없다”며 “현재 주력 제품은 엘피다가 50nm급, 삼성전자는 40nm, 35nm”라고 설명했다.

이는 연구소의 개발 시점과 시장에 내다 파는 시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되는지는 그때가 돼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도 이미 20nm급 D램을 개발했지만 양산 시점은 향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증권가도 엘피다의 발표가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은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보다 시장에서 실제로 누가 돈을 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개발 시제품을 가격 경쟁력 있게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도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 “반도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제품 리더십과 1등을 유지하려면 경쟁사보다 1년은 앞서가야 한다”며 “그래야 지속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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