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 3000억 달러 첫 돌파… 1997년의 1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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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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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85억8000만 달러↑…
‘弱달러 시대’ 장기화 대비 금-신흥국국채 비중 늘려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 204억1000만 달러로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던 때와 비교하면 14년 만에 15배 증가한 것이다.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 장기화될 달러 약세 흐름에 대비해 외화보유자산 구성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월 말보다 85억8000만 달러가 늘어난 3072억 달러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3일 밝혔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000억 달러, 2005년 2월 20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6년 2개월 만에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중국이 3조277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 러시아 대만 브라질 인도에 이어 한국은 7위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불어난 것에 대해 신재혁 한은 국제국 국제총괄팀 과장은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강세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외환 운용수익이 발생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 지수가 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전날보다 0.1% 떨어진 72.875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장 개장일 기준으로 10일 연속 하락한 것으로 1994년 5월 3일까지 이어진 11일 연속 하락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미국-유럽 간 금리차가 확대되고 미국 제조업체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약세를 부추겼다.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무조건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외화가 모두 빠져나가 유동성이 바닥나면 문제가 되지만 너무 많아도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늘면 여기에 대응해 원화가 시중에 풀리고, 이를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통안증권의 이자 지급액은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이자 수입액보다 많아서 ‘역마진’이 생길 수 있다. 달러화 약세에 대비해 현재 주를 이루는 미국 국채의 비중을 줄이고 신흥국 국채와 안전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금 비중을 늘리는 등 외화보유자산 구성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금이 외환보유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그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위상이 떨어진 달러화 대신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격 추이를 봐가며 적정한 시기에 금 보유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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