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허재 감독의 ‘슬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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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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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계의 KCC는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시즌 초반 성적은 좋지 않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력이 강해지는 팀이다. KCC는 최근 3시즌 연속 초반에는 부진했으나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2008∼2009시즌 초에는 꼴찌로 떨어졌으나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두 시즌도 초반에는 8, 9위로 처졌다가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KCC는 26일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무리 끝이 좋아도 감독은 초반 부진이 달가울 리 없다. 게다가 KCC는 하승진 전태풍 등 여러 스타와 주전에 버금가는 호화 후보 선수를 갖춘 팀이다. 우수한 전력을 지녔기에 좋은 성적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지도자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허재 KCC 감독은 당장의 성적이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했다. 2010∼2011시즌 초 팀의 핵심 선수인 센터 하승진이 광저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로 차출됐다. 전태풍은 부상을 당했고 강병현 임재현 추승균 등도 부진했다.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했지만 허 감독은 하승진이 돌아왔을 때 그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았다. 부상이 잦은 하승진은 풀타임 출전이 힘들 때가 많다. 어지간한 감독이라면 그의 기용 시간을 평소보다 늘렸을 법하건만 허 감독은 하승진의 몸 상태를 배려해 기다려줬다. 출전이 가능해지자 출전 시간도 적절히 조절했다. 전태풍과 강병현 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감독의 인내에 보답했고, 순위는 빠르게 상승했다.

허 감독은 슬로 리더십(Slow Leadership)의 요체를 잘 이해하고 있는 리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슬로 리더십은 미국 우드버리대의 안드레 반 니어커크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조직원들이 단기 성과, 유행, 주변 여건 등에 휘둘리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리더십을 말한다.

리더가 일부러 행동이나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춘다는 뜻이 아니다. 조직이 속도를 내야 할 때와 쉬어갈 때가 언제인지를 잘 구분하고, 이 완급 조절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당장의 1승을 위해 아픈 선수를 기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성적이 좋아질지 몰라도 해당 선수의 부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러면 가장 필요할 때 그 선수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아픈 자신을 무리하게 기용하는 감독을 진심으로 따르고 충성할 선수도 많지 않다.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속도는 모든 조직의 주요 경쟁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속도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빠르다고 해서 언제나 남보다 앞서가는 건 아니다. 조슬린 데이비스와 톰 애킨슨은 2010년 5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문에서 적절한 감속 후 속도를 낼 줄 아는 기업이 무조건 속도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3년 평균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40%, 52%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하정민 기자.
하정민 기자.
이들은 그 이유로 ‘전략적 속도’를 들었다. 속도만 추구하는 기업은 제품의 생산 주기를 단축할 수 있으나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시간까지 단축시키진 못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속도와 효율성만으로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속 운전이 교통사고로 이어지듯 조직의 과속 경영 또한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술 먹다 죽은 사람은 봤어도 일하다 죽은 사람은 못 봤다”는 말을 하는 리더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이해하는 리더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DBR(동아비즈니스리뷰) 80호(2011년5월 1일자)의 주요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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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춤추게 하는 ‘긍정 심리’

▼ Special Report


“손쓸 도리없이 망가진삶은 이제 그만 연구하고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 교수가 1998년 미국 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한 말이다. 셀리그먼 교수가 주창한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성장,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긍정적 강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접근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긍정심리자본이다. 금융자본, 인적자본, 사회적자본 등이 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긍정 심리는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긍정심리와 관련한 이론 및 기업의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인재 전쟁’서 이기는 6가지 방법

▼Harvard Business Review


최고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직원 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매우 정교한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구글, 베스트바이, 시스코 같은 선도 기업들은 정교한 인재 관련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인력으로부터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감이나 직관에 따른 추정이 아닌 분석적 인사관리를 적극 활용한다. 수준 높은 인재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이를 활용한 다. 분석 담당 리더에게 힘을 실어주고, 경험이 풍부한 분석가를 동원한다. 인재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하는 6가지 방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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