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A급 건물 사 年 18% 수익 거둔 국민연금… “이젠 국내 중소형빌딩” 8000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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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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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만한 중소형 빌딩은 한정돼 있는데 여러 자산운용사가 뛰어들면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까요?”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부동산에 운용사도 함께 투자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강남회관 3층 회의실. 오후 2시가 되자 국내 자산운용사의 부동산 관련 펀드매니저 40여 명이 질문을 쏟아냈다. 40분간 이어진 국민연금의 부동산 펀드 설명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동안 국내외 대형빌딩에 주로 투자하던 국민연금이 중소형 빌딩으로 투자처를 넓히고, 직접 투자처를 고르는 대신에 운용사를 통해 투자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것이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국민연금이 국내 중소형 빌딩으로 눈을 돌리면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 업계는 벌써부터 들썩이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최대 8000억 원 규모로 펀드당 1000억∼2000억 원대인 ‘블라인드(blind) 펀드’ 4개를 만들어 중소형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기로 했다. 투자 대상은 5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빌딩과 쇼핑몰, 호텔, 물류시설 등이다. 운용사가 투자할 부동산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매매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로, 국민연금이 투자만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블라인드’라는 말을 붙였다.

국민연금이 4개 펀드에 1000억 원씩을 투자하고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투자에 동참하기로 했다.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운용사가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자기자본으로 직접 투자하도록 안전장치를 달았다.

현재 약 324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2조6000억 원 규모로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 대상은 국내 대형 빌딩에 집중됐다. 고영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대체투자실 선임운용역은 “지금까지 안정적인 부동산을 고르다 보니 대형 업무시설로 투자가 몰렸는데, 최근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들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소형 빌딩은 변동성이 다소 크더라도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빌딩이 매각차익에 임대수익을 더해 수익률이 7% 수준인 반면에 중소형 빌딩은 연 13%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국민연금이 현재 4조1033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 해외 부동산의 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다. 국민연금이 매입한 지 1년이 지난 영국 런던 HSBC타워, 88 우드스트리트 등 5곳의 투자 수익률은 지난해 말 현재 18%에 이른다. 건물 가격 상승에 따른 가치 상승률이 12%, 임대료 등을 포함한 배당 수익률이 6%였다.

강영구 기금운용본부 해외부동산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프랑스 파리 등에 있는 특A급 매물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사들인 덕분”이라며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고, 좋은 빌딩의 가격이 많이 올라 앞으로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릴 매물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부동산 투자지역을 다변화하고 더 좋은 물건을 발 빠르게 찾기 위해 해외 부동산 투자도 현지 운용사에 위탁할 방침이다.

작년 말 타운센드, 프라메리카, 록스프링 등 글로벌 부동산 전문 운용사에 1조2200억 원을 맡겨 올해 미국, 유럽, 호주, 중국 등에서 부동산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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