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자회사 매각, 정부가 직접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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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보다는 ‘속도’에 중점… 71개 회사 중 일부 캠코에 맡겨
내년말까지 민영화 마무리 계획

기획재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뉴서울CC 등 민영화가 늦어진 공공기관과 이들이 출자한 회사 등 71개 회사 중에서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맡겨 내년 말까지 공공기관 민영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매각이 유찰되면 재매각 때 예정가(평가액)를 낮춰서라도 파는 등 정부가 직접 나서 민영화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세우고 24개 공공기관과 131개 출자회사의 지분을 정리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민영화가 이뤄진 기관은 각각 7개와 76개에 그쳤다.

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까지 캠코 매각 위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한 뒤 매각이 지지부진한 공공기관을 선정해 캠코에 매각을 위탁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 다른 입찰에서는 유찰되면 가격을 깎아서 재입찰하는데, 공공기관들이 매각 의지가 없다 보니 유찰돼도 가격을 깎지 않고 버텨서 고의로 민영화를 늦추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각이 지지부진했던 한국문화진흥(뉴서울CC), 한국토지신탁, 경북관광개발, 한국건설관리공사, 인천종합에너지, 88관광개발(88CC),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기업데이터 등 주요 공공기관과 출자회사 지분 매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민영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인수할 기관을 찾기 어려웠고, 일부 공공기관은 갖가지 이유를 대며 매각을 지연시켜왔다. 매각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고민해오던 정부는 공공기관에 매각을 맡기지 않고 캠코를 통해 직접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정부는 ‘가격’보다는 ‘속도’에 중점을 둬서 공공기관 민영화를 서두를 방침이다. 민영화 대상 공공기관들은 시간을 끌며 “매각이 안 된다”고 버티면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넘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인수 후보자들은 임기 말까지 기다리면 헐값에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서두르지 않아 이를 차단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공공기관 민영화를 빨리 추진하면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공공기관을 ‘헐값 매각’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 출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의 피해와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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