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경매 ‘값비싼 유혹’

  • Array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싸게 살 수 있다기에… 10원 또 10원… 도박 같은 입찰■ 소셜커머스 유행 타고 확산

한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10원 경매 사이트 메인화면. 순금 1돈 반지가 매물로 올라와 있다. 이처럼 금이나 고가 물건을 낙찰받은 이용자들은 이를 되팔아 마련한 돈으로 다시 10원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화면 캡처
대학생 A 씨는 부모님에게 매달 받아쓰던 용돈 30만 원을 아끼기 위해 지난해 10월경 ‘10원 경매’를 시작했다. 10원 경매는 입찰할 때마다 구매가격이 10원씩 올라가는 인터넷 경매. 낙찰금액과 별도로 입찰에 참가할 때마다 300∼700원짜리 입찰권을 사야 한다.

처음에는 부족한 생필품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서였지만 A 씨는 한 달 용돈을 모두 쓸 정도로 10원 경매에 빠져들었다. A 씨는 “꼭 필요한 물건도 아니면서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10원 경매 홈페이지에 뜬 여러 물건에 입찰권을 낭비했다”며 “정신을 차린 뒤에는 용돈 30만 원을 모두 쓴 것도 모자라 휴대전화로 30만 원을 더 결제한 뒤였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박리다매로 물건을 파는 상행위)’라는 명목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10원 경매를 두고 사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익명 게시판이나 전자상거래 상담센터 등에는 10원 경매에 중독돼 불필요한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많은 돈을 낭비했다는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 10원 입찰할 때마다 500원

10원 경매에 참가하면 스마트폰 등 수십만 원짜리 가전제품도 10원부터 입찰이 시작되기 때문에 싼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입찰할 때마다 별도로 구입한 입찰권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결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예컨대 경매에 참여한 이용자가 500원짜리 입찰권 200장을 사용하고도 낙찰을 받지 못했다면 입찰권 구입비용 10만 원은 고스란히 웹사이트 수익으로 들어간다.

최근에는 일부 10원 경매 사이트에서 명품이나 상품권 등 현금화하기 쉬운 상품을 올린 뒤 되팔아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은근히 홍보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10원 경매 정보공유 게시판에는 “명품을 파는 10원 경매 사이트에서 순금을 매물로 내놓았다. 최근 순금 시세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낙찰을 받으면 차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며 10원 경매 사이트 가입을 유혹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는 아예 자신들의 유료입찰권을 매물로 올려놓기도 한다. 돈 들여 산 입찰권으로 다시 입찰권을 구입하도록 해 10원 경매에서 헤어날 수 없도록 하는 상술이다.

○ 제재 근거는 전혀 없어

사행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10원 경매 사이트를 정식으로 조사하거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경매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입찰권을 유료로 팔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약관에 명시하고 동의를 받았다면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측도 “현재 관리감독 대상은 경마 카지노 등 법적으로 ‘사행산업’으로 규정된 것들”이라며 “10원 경매는 ‘유사 사행산업’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