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물가苦 한반도에 ‘인플레 쓰나미’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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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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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천문학적인 돈 풀고… 美 양적완화 지속 결정

일본이 동일본 대지진의 수습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푼 데 이어 미국도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금 방출을 지속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뜩이나 인플레에 취약한 국내 경제에 물가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일본이 돈 풀기에 나서고, 원자재값 반등과 엔화 약세가 본격화되면 자칫 ‘인플레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16일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조5000억 엔(약 49조 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18일부터 22일 사이에 2조 엔을 더 풀 예정이다. 일본은행은 대지진 이후 이미 40조 엔이 넘는 자금을 시중에 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도 통화 확대에 가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5일(현지 시간)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6월 말 종료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변경 없이 계속 시행하고 정책금리도 제로 수준을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미국 경제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FRB가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

미국과 일본이 자금 방출에 나서면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잠시 주춤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지진 여파로 안전자산이 선호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겠지만 이후 일본이 경제 재건에 나서면 재차 치솟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로 들여오는 석유제품 등 수입품 가격을 높여 국내 물가부담을 가중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부품 및 소재의 국내 유입이 차질을 빚으면 관련 제품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벌써 아이패드 아이폰 등에 쓰이는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10%가량 뛰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일본이 공급하는 핵심부품의 경우 다른 국가로 수입처를 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부족하면 수입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엔화 환율이 잠깐 하락한(엔화 가치는 상승)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은 일본이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를 본국으로 송금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자금 대량 방출로 약세 기조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강세를 이끌어 원-달러 환율은 오를 공산이 크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등으로 엔화는 강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며 “엔화 약세,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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