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설전’ 삼성 - LG 3D TV 기자가 직접 시청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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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은 삼성, 안경은 LG가 나아…

장시간 누워서 보기엔 둘 다 무리

40대 주부 김모 씨는 지난해 400만 원대의 3차원(3D) TV를 구입했다. 특별히 3D TV를 원한 건 아니었지만 이사하는 김에 큰맘 먹고 비싼 신제품 TV를 고른 것이다. 김 씨는 3D TV용 안경을 쓰고 미국 드림웍스가 제작한 3D 블루레이 영화를 봤다. 하지만 2D로 제작된 다른 일반 TV 프로그램은 3D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아 안경을 벗고 그냥 본다.

3D TV 시장은 막 걸음마 단계다. 세계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첫 제품을 내놨다. 지난해 3D TV는 세계적으로 320만 대, 국내에선 2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안경을 쓰고 TV 화면을 봐야 하는 점도 번거롭지만 수백만 원대의 비싼 TV 값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는 데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세계 TV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320만 대였던 세계시장 규모를 올해는 200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투자를 늘리면 제품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3D TV, 과연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거실에 들어설 수 있게 될까.

○ 삼성과 LG 3D TV, 어떻게 다른가


삼성전자는 8일, LG전자는 10일 각각 기자들을 대상으로 3D TV 시연회를 열어 자사(自社)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헐뜯는 인상도 남겼다. 동아일보는 두 시연회를 모두 찾아갔다.

3D TV는 현재 기술로는 맨눈으로는 즐길 수 없다. 삼성전자의 3D TV용 안경은 배터리와 전기회로 등이 들어있어 무게가 28g. 묵직한 착용감이 느껴졌다. 가격도 개당 10만 원대다. 반면 LG전자의 안경은 얇은 금속 테의 선글라스 형태였다. 무게는 16g. 평소에 안경을 쓰는 시청자들을 위해 기존 안경에 클립 형태로 덧씌우는 3D TV용 렌즈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미국 CES 전시회에서 “3D TV는 안경이 무조건 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0일 시연회에서 “결국에는 안경 없이 3D TV를 보는 시대가 오긴 하겠지만 적어도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제품 가격은 삼성전자(46인치)가 LG전자(47인치)보다 140만 원 비싸다. LG전자는 “예전에 일본에서 사오던 유리 필터를 LG화학이 필름 형태로 국산화하면서 원가를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색감은 삼성 제품이 더 선명해 보였다.

소파에 누워서 보면 어떨까. 3D 안경을 쓰고 90도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자 삼성전자 제품은 화면이 어두워졌다. LG전자 제품은 화면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순간 겹쳐 보임 현상으로 어지러웠다. 둘 다 오랜 시간 누워 보기엔 무리일 듯했다.

○ 2인자, 1등 잡기 위해 신기술 선택


3D TV는 ‘새로운 시장’이다. TV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해 4분기(10∼12월)가 돼서야 세계 3D TV 시장 점유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1위(점유율 35%), LG전자는 4위(5.7%)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든 회사가 ‘셔터 안경 식’이란 기술을 썼다.

그런데 LG전자는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과 함께 ‘필름패턴 편광 식’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부터 기존 셔터 안경 식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로 3D TV를 만들고 있다. 3D TV 시장의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차별화된 전략이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체계적 마케팅과 유통망으로 1990년대 후반 액정표시장치(LCD) TV, 2009년 발광다이오드(LED) TV, 2010년 3D TV 등 새 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해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며칠 전 강조한 ‘1등론’과 닮았다.

반면에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인 LG전자는 필름패턴 편광 식 기술을 앞세워 시장 판도를 바꾸려 한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소니도 최근 우리의 3D TV 새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2인자(LG전자)가 1등(삼성전자)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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