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매수 기회로” vs “리스크 관리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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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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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100달러 시대의 주가’ 전문가 전망

주요 산유국인 리비아의 정정(政情) 불안이 깊어지면서 국제유가가 29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세계 금융시장이 ‘오일쇼크’ 우려로 출렁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유가 급등 악재를 만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코스피가 연일 연 저점을 갈아치우는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다. 문제는 주가 전망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것. 증시 조정의 주원인이었던 유가 상승과 신흥시장 인플레이션 우려가 코스피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분석에 따라 다음 달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리비아 사태의 확산 여부를 좀 더 관망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저가 매수기회 활용해야


낙관론을 펼치는 측에서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중동의 정정불안이 석유생산 위기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1, 2차 오일쇼크 때와 달리 지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자원민족주의를 표방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3차 오일쇼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중동의 정정불안 확산을 방관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사태 해결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책이 효과를 내면서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6000억 원을 순매도해 증시 불안을 부추긴 외국인들도 국내 증시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신흥시장 이탈은 위험자산 회피라기보다는 수익률 제고 목적의 자산 비율 재조정이라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이에 따라 주가조정기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NH투자증권은 중동 정정불안이 극단적 상황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코스피 1,950∼2,000 선에서 저가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IBK투자증권은 저가매수 타이밍을 1,870∼2,030 선으로 제시했다. 유가급등으로 낙폭이 과도하다고 평가되는 종목이나 유가급등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주가 하락을 매도보다는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중동의 정정불안이 확산돼 유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비아 사태가 미국과 아시아 원유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아라비아 반도로 확산될지가 향후 유가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3차 오일쇼크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 급등이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위험한 변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적자로 원화약세(환율은 상승)가 촉발되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게 된다.

신중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저가 매수 기회 포착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흥국은 유가까지 오르면 물가부담이 시장을 더 압박할 수 있다”며 “예단보다는 한 박자 쉬어가는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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