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보수적 분위기 NO!” 韓銀개혁 칼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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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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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조직개편… 성과급-동료평가제 추진도
국가 외환보유액 전담관리할 ‘외자운용원’ 신설

학구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도산서원’이라 부르는 한국은행이 변신에 나섰다. 김중수호(號)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 것이다.

한은이 21일 발표한 조직 개편의 내용은 예상했던 변화폭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추가 개편을 예고해 앞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칼을 간 뒤’ 내놓은 김 총재(사진)의 혁신 프로그램이 한은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 국제 전문성 강화

김 총재가 강조한 첫 번째 개혁 방향은 ‘국제적 전문성’이다. 김 총재는 지난해 7월 취임 100일에 맞춰 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낸 A4용지 넉 장 분량의 긴 편지에서 “취임 3주일 후 워싱턴을 방문했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한은 직원이 단 2명이라는 현실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총재는 그 후 해외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우리 직원들이 참 뛰어난데 함께 일해 볼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최근 영국은행(BOE)에서 2년간 3명의 직원이, 일본은행(BOJ)에서 6개월간 1명의 직원이, 중국 런민은행 산하 대학원에서 1년간 1명의 직원이 공식적인 업무를 받아 근무하게 됐다.

국제적 전문성을 위해 3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외자운용원’이 신설되기도 했다. 또 한국 금융시장에 국제금융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점을 고려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인재개발원’을 세우고 ‘국제협력실’도 강화한다.

○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다


김 총재의 개혁 타깃은 한은의 무사안일한 분위기다. 취임 100일에 즈음해서 그는 “한은 직원들은 승진이 밀리고 인센티브가 없는 점을 (한은의) 문제로 지적한다”며 “고위직 업무 차별화, 전문성 강화와 함께 승진에 대한 자격조건이 투명하되 엄격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적인 조직에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우선 1999년에 생긴 직군제를 폐지해 국·실 조직 간의 높은 벽을 허물었다. 직군제는 분야별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했지만 국·실 사이에 높은 담만 쌓아 소통을 막고 직원 간 이동을 제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는 영향력 있는 국장이나 실장 자리를 두고 해당 국·실 외의 다른 직원들도 함께 경쟁을 벌일 수 있다. 현재 30개인 국·실은 26개로 줄고 정원도 21명가량 줄어든다. 노조와 협상이 이뤄지면 올해부터 성과급과 동료평가제도를 도입한다.

○ 직원 불신 극복이 큰 숙제

개혁의 토대인 ‘하드웨어’는 마련됐지만 이를 한은 내부에 체화시키는 ‘소프트웨어’가 마련됐는지는 의문이다. 조직개편 등 김 총재의 개혁에 대해 일부 직원은 “개혁 과정에서 공감을 얻는 쌍방향 소통을 해야 하는데, 김 총재는 일방 지시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은의 한 직원은 “중앙은행의 특성상 외부와의 교류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 현 상태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김 총재의 인식이 조직원들의 불신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와 노조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집회를 열고 김 총재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배경태 노조위원장은 “이틀간 진행한 서명운동에서 86%에 달하는 1157명이 스스로 이름을 적었다”며 “한은 분위기상 보기 드물게 대규모 집회가 잇따를 만큼 내부적으로 총재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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