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운명의 날’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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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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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졌다… 부산 지역선 “내돈 어쩌나” 대거 인출
늘었다… 미래-제일 등 “내돈 불려줘” 예금 유입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부산에 와서 괜찮다고 하잖아요.” 2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우리저축은행 앞에는 1000여 명의 고객이 몰려와 “저축은행 문을 열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부산지역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목이 쉬도록 설명했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전 11시경 이곳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김석희 우리저축은행장의 간곡한 부탁에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저축은행의 안전성을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우리저축은행 관계자의 거듭된 설득에 1000여 명의 인파는 오후 들어 40여 명으로 줄었지만 적잖은 규모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부산지역의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21일 하루 동안 상당한 액수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저축은행에선 예금 인출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예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저축은행 고객 이탈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21일의 저축은행 창구 모습은 이처럼 크게 엇갈렸다.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부산2저축은행까지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부산에서는 우량 저축은행에까지 예금 인출 요구가 잇따랐지만 다른 지역의 우량 저축은행들은 뭉칫돈을 들고 오는 예금 고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미래, 현대스위스 등의 저축은행은 예금액이 늘었다. 미래저축은행 측은 “평소 하루에 10억∼15억 원씩 예금이 늘었는데 최근에는 20억 원씩 늘고 있다”며 “새로 거래를 트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제일저축은행도 “만기 고객들이 예금을 찾아간 사례가 있지만 21일 하루에만 100억 원의 예금이 신규로 예치됐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부산지역 저축은행 및 기업·서민금융 지원 관련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예금자 불편을 덜기 위해 가지급금 지급시기를 일주일 앞당기는 내용 등이 담긴 대책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 계열 5곳과 재무건전성 비율이 떨어지는 5곳 등을 제외한 94개 저축은행에 대해선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추가적인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저축은행의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22일 자신의 돈 2000만 원을 예금할 예정이다. 한편 한화그룹은 자회사인 새누리저축은행에 대해 22일 300억 원을 유상 증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7%에서 12.07%로 올라간다.

부산=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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