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車안에서도 실시간 3D TV 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전자통신硏, 4세대 이통기술 ‘LTE adv’ 세계 첫 시연

차창 밖으로 눈밭이 보이는 가운데 노란 꽃의 생생한 3차원(3D) 동영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달리는 25인용 미니버스 안에서 3D 안경을 쓴 기자와 연구원들은 차량 앞에 달린 40인치 TV 화면을 응시했다. 약간의 노이즈가 잠시 비췄지만 초고화질(full HD)급 3D 화면은 차가 달리는 내내 끊어지지 않았다. 도로 사정상 버스는 시속 30km까지 달렸지만, 시속 100km에서도 약간의 화질 저하만 있을 뿐 끊김없이 HD급 3D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됐다고 연구원들은 설명했다.

이어 화면에 헤드셋을 쓴 연구원의 모습이 나왔고 실시간으로 그와 영상통화를 했다. 역시 초고화질로 중계된 영상통화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박현서 연구원은 “지난 5년간 개발한 세계 최초의 무선 통신망 기술이 드디어 결실을 봤다”며 감격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는 25일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 유성구 가정동 ETRI에서 4세대(4G) 이동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 advanced)’ 시연 행사를 열었다. 단말기부터 코어망, 기지국에 이르기까지 LTE 어드밴스트 통신망의 전 시스템을 실내는 물론이고 이동할 때도 보여준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ETRI 관계자는 “차 안에 설치된 대형 TV는 시연을 위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단말기 대신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3D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 2014년경 상용화 기대

이날 ETRI가 시연한 LTE 어드밴스트는 초당 600Mb(메가비트)의 데이터(한글 약 6만3000자에 해당)를 전송할 수 있어 700MB(메가바이트)짜리 영화 한 편을 불과 9.3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같은 크기의 파일을 현재 통신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3G 이동통신망으로 내려받는 데 6분 30초가 걸린다.

현 3G망으론 전송이 불가능한 대용량 3D 영상이나 초고화질, 울트라 HD(UHD) 동영상을 모바일 기기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로 즐기는 ‘N스크린’을 끊김 없이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이동통신망의 속도 향상은 필수다. 특히 통신업계에선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도입으로 무선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LTE 어드밴스트망이 2014년경 상용화하면 심각한 무선망 과부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막 오른 4G 기술표준 전쟁

이날 시연회 한편에선 4G 와이브로망 서비스로도 3D 동영상 테스트가 진행됐다. 사실 ETRI는 삼성전자와 함께 이미 2005년 4G망으로 분류되는 와이브로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계열의 LTE에 비해 와이브로의 시장점유율은 30%에 그치는 것이 문제.

결국 우리가 독자 기술을 가진 와이브로와 더불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선 LTE 개발에도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ETRI 박윤옥 이동패킷전송연구팀장은 “와이브로는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상용화가 끝났다”며 “현재 ETRI의 LTE 연구개발 인력이 와이브로의 3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망의 기술표준이 결국 장비와 단말기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하기 때문에 각국은 4G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카고 보스턴 등 38개 주요 도시와 60개 공항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4월 열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국제표준 지정을 앞두고 LTE 어드밴스트를 세계 최초로 시연한 것은 의미가 있다. 표준특허를 확보해야 장비 등을 해외로 수출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란 점에서 이번 기술개발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시연을 계기로 2019년까지 초당 Gb 단위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차세대 모바일 주도권 확보 전략’을 함께 발표했다.

대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 advanced):


현재 국내 통신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3세대(3G) WCDMA 이동통신망을 잇는 4세대(4G)망으로 올 4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국제 표준기술로 채택할 예정임. 3.9세대로 분류되는 LTE를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률과 주파수 효율을 개선해 LTE보다 6배, 3G 이동통신망보다는 40배가량 속도가 빠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