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5차례… 반복되는 여수산업단지 정전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전 관리 부실? 공장 설비 문제?

여수산업단지에 입주한 석유화학업체들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정전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정전 때마다 한전과 업체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바람에 근본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여수산업단지 내 GS칼텍스 정유시설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수산업단지에 입주한 석유화학업체들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정전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정전 때마다 한전과 업체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바람에 근본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여수산업단지 내 GS칼텍스 정유시설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23분간의 정전은 수백억 원의 손실을 불러왔다. 20여 개 업체의 정전은 1000여 개 업체의 피해로 이어졌다.

2006년 이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정전은 이번으로 벌써 다섯 번째. 산업단지의 특성상 일순간의 정전은 산업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수산업단지의 정전은 왜 자꾸 반복될까.

○ 순간의 정전이 산업단지 마비 사태로

17일 여수 GS칼텍스 공장의 전력이 끊긴 시간은 총 23분. 18일 현재 공장을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GS칼텍스는 피해 규모가 최소한 300억 원이라고 밝혔다. 20일경으로 예상되는 공장 재가동 시점까지 피해액은 계속 불어날 수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정전 피해를 본 곳은 GS칼텍스를 비롯해 20여 곳. 하지만 이들 공장에서 원료를 공급받거나 하청을 받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1000곳이 넘는다. 한 화학공장 책임자는 “공장마다 대부분 재고나 비축물량이 있어 당장은 제품 출하에 문제가 없지만 공장 가동이 지연되면 일부 제품은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도대체 왜?

“자연재해도 아니고…. 시골 오지도 아니고…. 국가산업단지에서 2년마다 수백억 원을 날리는 나라가 선진국입니까?”

여수산업단지에 공장을 둔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산업단지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한국전력의 관리 부실을 탓했다.

17일 정전에 대해 여수산업단지 내 한 공장 관계자는 “업체들 사이에는 한전 측 지하시설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한전이 더 큰 사고가 날까 봐 전기를 끊어버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한전의 얘기는 다르다. 공장들의 설비에 문제가 있어 정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17일 정전에 대해서도 한전은 “순간전압 강하가 일어났지만 한전 측 개폐장치는 차단 없이 공급됐다. GS칼텍스 측 구내 개폐기가 차단돼 구내 정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책임 공방은 정전 때마다 같은 양상이다. 2008년 5월 정전 당시에도 한전 측은 “한화석유화학이 28년간 사용한 낡은 피뢰기가 문제”라고 주장한 반면에 업체 측은 “기준 이상의 센 전압이 들어온 것이 문제”라고 맞섰다.

여러 국가산업단지 가운데 유독 여수산업단지에서 정전이 되풀이되는 것에 대해 전력업계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을 들었다. 석유화학 공장은 고품질의 전력, 즉 전력이 크게 높아지거나 낮아져서도 안 되고 정확히 정해진 전압이 매우 안정적으로 공급돼야만 한다는 것.

한전 관계자는 “제철 공장 등은 미미한 전력 변화에 민감하지 않지만 수많은 파이프라인으로 미세 공정을 하는 석유화학 공장은 작은 전압 변화에도 쉽게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공장도 전압에 민감하지만 삼성전자 등은 고비용을 감수하고 자체 전압기를 가동해 사고를 방지한다”며 “여수산업단지에는 이런 시설이 없어 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책 없는 것이 더 문제

업체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대목은 ‘답이 없다’는 점이다. 대책을 세우려면 사고 원인을 먼저 밝혀야 하는데 책임 소재를 가리기조차 힘들다는 불만이다.

업체들은 공급자인 한전과 수요자인 업체가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한전에 책임을 따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2006년과 2008년에도 업체들이 한전에 소송 한번 걸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또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문가 조사를 한다 해도 결국 한전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