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상준]‘막걸리’를 1년이나? 걱정은 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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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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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1년씩이나 시리즈로 보도한다고? 장기 시리즈로 쓸 내용이 있을까?” “막걸리 열풍이 오래가겠어?”

올해 초 동아일보가 막걸리 시리즈를 연중 기획으로 준비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들려왔던 반응들이다. 대부분이 회의적이었다. 막걸리와 관련된 기사 소재가 없다고 했고, 막걸리 열풍이 ‘반짝 열풍’으로 그칠 거라고 했다.

불안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주변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국 곳곳은 물론 해외 현장을 누비다 보니 이 같은 불안감은 사라졌다. 오히려 막걸리가 더 성장할 수 있고, 세계인의 술로 자리 매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

확신의 근거는 종사자들의 열정이었다. 강원 철원에서, 전남 강진에서, 경기 안성에서 만난 막걸리 업체 종사자들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무관심과 냉대에서도 묵묵히 수십 년간 막걸리를 빚어온 이들은 ‘막걸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통주 품평회, 월드컵 16강 막걸리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우수 막걸리들을 소개했고 전통주 육성에 관한 법률도 새롭게 만들었다. 술 평론가인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지난 2년여 동안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지금의 막걸리 붐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노력을 소개하고,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해외의 유명 술을 소개하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소재 부족이라는 걱정이 기우였다.

시리즈를 끝마치면서 동아일보의 막걸리 시리즈가 막걸리 시장의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공치사는 하지 않겠다. 이미 막걸리는 성장하고 있었고, 동아일보 취재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했을 뿐이다. 다만 본보의 막걸리 시리즈로 막걸리를 찾는 손길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고, 막걸리에 대한 사랑이 커졌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훗날 시간이 지나 다시 막걸리 시리즈를 시작한다면, 그때는 국내가 아닌 해외 곳곳에서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을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상준 산업부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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