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판 깨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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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인수후보 우리금융그룹 “입찰 불참”… 공적자금관리委 “상황 보면서 대책 강구”

우리금융그룹이 13일 정부가 추진하는 우리금융 지분매각과 관련해 입찰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예비입찰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유력한 인수 후보의 불참 선언으로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리금융은 ‘우리금융 지분 매각절차 참여에 대한 입장’이라는 발표문에서 “매각주간사회사를 통해 입찰조건을 파악한 결과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정부 보유 지분 56.97% 가운데) 28.5% 이상을 인수할 주체 간의 경쟁이 있어야 하고, 상당 수준의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발표문은 우리은행의 우량 거래고객 4000여 명이 참여한 ‘W 컨소시엄’의 석용찬 대표, 우리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이 주축이 된 ‘우리사랑 컨소시엄’의 강선기 대표 명의로 나왔다. 당초 우리금융은 두 컨소시엄을 합친 뒤 예비입찰에 응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우리금융 측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이런 지분을 인수할 만한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어렵고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투자자들도 경영권 인수보다는 순수하게 민영화에 참여하겠다는 의미여서 경영권 프리미엄도 지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종 입찰 때까지 200억 원 안팎의 인수자문비용과 실사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참여하기 어려워 부득이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이날 오후 3시경 내놓은 발표문에서는 “정부가 유효경쟁 및 경영권 프리미엄 요건을 완화해주지 않으면 불참하겠다”며 정부 당국이 현실적인 민영화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2시간 뒤 조건 없이 불참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정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기대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수준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한 10%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당초 생각했던 3% 안팎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입찰 불참 선언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측은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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