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코리아 파워]30여년 44개국서 건설 종횡무진… 건설코리아의 대표 ‘민간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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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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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건축 분야 뛰어넘어 석유-가스플랜트 등 개척
리비아 기반시설 도맡아… “한국인 열의-근면 놀랍다” 카다피 원수도 감동-찬사


대우건설은 1976년 남미의 에콰도르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후 30여 년 동안 세계 44개국을 무대로 총 390여 건 340억 달러 규모의 해외공사를 수주해 한국건설의 위상을 높여왔다.

1970년대 말 대우건설은 중동에 치우쳐 있던 한국 해외건설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또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토목, 건축 분야에 집중한 데 비해 대우건설은 석유·가스 플랜트, 발전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을 주력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기술력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대우건설이 아프리카에서도 특히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리비아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고 신시장 개척에 힘써 왔다.

○ 대우건설은 민간 외교관

7월 한국과 리비아의 외교관계가 위기에 놓여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만나 외교 갈등을 풀었을 때도 배후에 대우건설이 있었다는 사실은 건설업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 “대우건설이 아프리카에 오랜 기간 공들이지 않았더라면 외교 문제가 더 꼬였을 것”이라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리비아에서 대우건설은 수많은 공사를 통해 민간외교관으로서 한국인의 근면함과 성실한 이미지를 리비아 사람들에게 뿌리 깊게 각인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은 1978년 리비아 벵가지 지역 가리우니스 의과대학 신축공사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30여 년간 2000km가 넘는 도로공사, 정부종합청사, 트리폴리 및 벵가지 메디컬 센터 등 총 200여 건 110억 달러의 공사를 수행해 왔다. 또 리비아 국가기반시설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현지인 교육 등을 통해 리비아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 주택, 교육시설, 의료시설, 호텔과 상업용 빌딩, 도로와 교량, 공항, 상·하수도, 항만, 플랜트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공공시설을 대우건설이 지었으며 특히 벵가지 중앙청사, 가리우니스 의과대학, 티베스티 호텔, 도로, 아파트 등 벵가지는 도시 전체가 대우건설의 건축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대우건설과 리비아의 관계는 단순한 사업적 파트너 관계가 아니다”라며 “대우건설은 민간외교의 첨병으로서 리비아와 우리나라의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9년 리비아 우조비행장 건설은 이탈리아 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던 중 중간에 포기하고 떠났다. 이를 대우건설이 넘겨받아 한낮 기온이 섭씨 40∼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야영생활을 하면서 700km 공사용 도로를 깔고, 우물까지 파서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공사 당시 카다피 원수는 대우건설 현장을 방문해 14일간 머물면서 한밤에도 대낮같이 불을 밝히고 일하는 대우건설인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인의 열의와 근면함에 찬사를 보냈으며 이 공사를 계기로 한국과 리비아 간의 국교가 수립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 외환위기 때 카다피 원수가 미수금 일시 지불

서 사장은 “대우건설은 리비아가 유엔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동반자임을 분명히 했다”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각종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리비아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협조했다”고 소개했다. 벵가지 한복판에서 지난해 개원한 벵가지 중앙병원은 리비아와 대우건설의 인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1984년에 공사를 시작해 유엔 경제제재 등으로 리비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사 진행이 어려워 여러 차례 공사를 중단해 무려 20여 년 동안 공사가 진행됐으나 대우건설은 끝까지 공사를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마침내 병원을 완공했다. 벵가지 중앙병원 공사현장 직원들은 공사가 완료되자 “대우건설인의 자부심을 담아 벵가지 중앙병원을 리비아 최고의 의료시설로 만들었다”며 “이제 리비아 동부지역 150만 명의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대우건설과 리비아의 돈독한 관계는 대우건설이 외환외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2001년에도 큰 힘을 발휘했다. 리비아가 유엔의 경제제재로 경제위기에 처해 있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다피 최고지도자는 대우건설을 돕기 위해 2억3000만 달러의 미수금을 지불했다. 서 사장은 “이 돈은 대우건설 경영정상화에 큰 힘이 됐으며 리비아와 대우건설의 깊은 신뢰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리비아는 대량살상무기(WMD) 포기에 이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 재건을 위해 가스, 전력 등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국가 기간산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리비아와의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리비아에서 수주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 사장은 “대우건설과 리비아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며 “대우건설뿐 아니라 중견 업체들도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대우건설이 그동안 세계 경영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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