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IMF 지분개혁 어떤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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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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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가 ‘지분경쟁’서 판정승…선진국 위주 경제처방 힘들듯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진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은 정확히 어떤 변화를 뜻하는 거죠? 또 이것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IMF 지분 개혁은 11,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제5차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습니다. G20 서울 정상회의의 의제였지만 올해 초부터 각종 G20 관련 회의에서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였다는 뜻이겠죠.

쉽게 말해 IMF 지분 개혁은 IMF란 세계 경제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제기구의 주주인 세계 각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나라의 지분을 늘려주고, 비중이 작아진 나라의 지분은 줄이는 것이죠.

IMF 지분 개혁은 최근 세계 경제에서 뚜렷해지고 있는 ‘선진국 vs 신흥국’의 구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기존 선진국들은 지분을 잃지 않으려고 했고, 이른바 ‘브릭스(BRICs)’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최대한 지분을 더 늘리려고 했기 때문이죠.

IMF 지분 개혁을 놓고 연초부터 첨예하게 대립했던 선진국과 신흥국의 싸움은 결국 신흥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2주 정도 앞둔 지난달 말 경북 경주시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신흥국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과대 대표된 국가의 지분 중 6%를 과소 대표된 신흥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당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오늘은 ‘IMF의 날’이다. 오늘 같은 IMF 개혁은 다시 있기 힘들 만큼 역사적인 것”이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동안 철저히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IMF에서 신흥국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커지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특히 브릭스의 순위 상승은 아주 두드러집니다. IMF 지분 개정안에 따르면 신흥 경제강국 중에서도 맹주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IMF 지분은 6.39%로 2.39%포인트나 올라가게 됐습니다. 지분 순위 역시 6위에서 3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중국의 뒤를 잇는 인도는 11위에서 8위로, 러시아와 브라질은 각각 9위와 10위로 순위가 오릅니다. IMF 지분 보유 순위 10위 안에 브릭스가 모두 들어오는 거죠.

한국 역시 이번 IMF 지분 개혁의 수혜자입니다. 한국의 종전 IMF 지분은 1.41%로 18위였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한국의 IMF 지분은 1.80%로 늘어나고 순위 역시 16위로 2계단 상승하게 됩니다.

반면 전통적인 유럽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모두 순위가 하락하게 됐습니다. 특히 벨기에는 IMF 지분이 1.93%(13위)에서 1.35%(18위)로 무려 5계단이나 떨어지게 됐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건실한 경제를 자랑하는 독일의 경우도 중국에 밀려 3위에서 4위로 떨어지게 됐습니다.

지분 구조와 더불어 IMF의 운영 방침과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이사회에서도 신흥국의 힘이 커지게 됐습니다. 전체 이사회 규모는 24명으로 이전과 같지만 2012년 말 새로운 이사를 선출할 때 유럽 국가 출신의 이사를 2명 줄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유럽 국가 대신 신흥국 출신의 이사 2명을 선출하기로 했습니다.

IMF 지분 개혁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지면 세계 경제의 흐름도 크게 변화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IMF는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경제위기를 처리할 때 그동안 신흥국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과 고통스러운 처방을 강요하고, 선진국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준과 처방을 적용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최근에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와 지난해 터진 남유럽 재정위기를 대하는 IMF의 태도를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었죠.

하지만 지분과 이사회 비율에서 신흥국의 입지가 크게 확대돼 앞으로는 IMF가 불공정한 처방을 내리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과거 IMF로부터 혹독한 구조조정 처방을 받았던 한국에도 감회가 새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G20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비록 일반인이 실생활에서 체감하기 힘든 변화지만 IMF 지분 개혁이 국제사회에서, 또 세계 경제에서 큰 획을 긋는 역사적인 변화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에 이루어진 IMF 지분 개혁은 먼 훗날 중고교 학생들의 세계사 교과서에도 아마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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